출산지원금 전액 ‘소득세 면제’…금액·자녀수 제한 없어

입력 2024-03-05 18:33

앞으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해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저출산 타개를 위한 파격적 지원으로, 정부는 이와 관련한 금액과 자녀 수 제한도 두지 않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경기도 광명 아이벡스스튜디오에서 열린 17차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은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정이 많이 늘었다”며 “양육비 선지급제를 조속히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출산지원금 비과세를 위해 소득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출산지원금 전액에 대해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 내용을 담기 위해서다. 현재는 6세 이하 자녀의 출산·양육지원금 월 20만원에 대해서만 비과세다. 개정된 소득세법은 올해 1월 1일 이후 지급된 지원금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될 예정이다.

‘출산 지원’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지급 시기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출산 후 2년 이내에 지급한 지원금(최대 2회)에 대해서만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단 올해는 2021년 이후 출산한 자녀에 대한 지원금에 대해서도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비과세 혜택에서 형제, 자매, 사촌 등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은 제외된다. 소규모 가족기업에서 이를 활용해 탈세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사장으로, 딸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가족기업에서 출산지원금 10억원을 지급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탈세가 발생할 수 있다.

개정된 세법이 적용되면 연봉 5000만원의 근로자가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받았을 때 5000만원에 해당하는 소득세 250만원만 내면 된다. 개정 전에는 2750만원을 납부해야 했다.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직접 출산지원금을 지급한 부영은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자녀 통장에 있는 장려금을 부모의 통장으로 옮기거나 회사에 반납한 뒤 다시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는 소득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부영 또한 지원금을 인건비로 인정받아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영이 증여를 취소하고 다시 근로자에게 주는 형식을 갖춘다고 하면 증여세 부담 없이 근로소득세 비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출산 해결을 위한 파격적 정책 지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천만 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은 소수 대기업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편 양육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한부모 청년을 위한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청년에게 정부가 우선 양육비를 지급하고 비양육자에게서 이를 환수하는 제도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은 “부처 협의를 통해 올 하반기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