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가 한국 오컬트 영화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영화 흥행과 함께 한 일러스트레이터의 팬아트 작품이 소셜미디어에서 큰 주목을 받으면서 배급사도 이를 발빠르게 차용하고 있다. 배급사 ‘쇼박스’는 팬아트에서 모티브를 얻은 ‘특별 포스터’를 공개하며 흥행붐을 이어가려는 모습이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이모(23)씨는 국민일보에 “모두가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영화인 덕분에 제 작품도 큰 주목을 받은 것 같다”며 “이 정도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파묘 배급사 쇼박스는 지난 2일 SNS에 ‘500만 관객 돌파’를 기념해 특별 포스터를 공개했다. 특별 포스터는 묘 안에 누운 자의 시선에서 극 중 인물들이 내려다보는 구도로 구성됐다. 묘에서 올려본 하늘에는 인물과 주변 사물의 실루엣이 한반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쇼박스는 “끊기지 않는 ‘범’접 불가 흥행돌풍”과 함께 ‘험한 것이 나왔다’ ‘파묘파탈’ ‘500만 돌파’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 특별 포스터는 이씨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팬아트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웹툰 그래픽 아티스트 이씨는 지난달 25일 파묘라는 짧은 단어와 함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팬아트를 공개했다. 이씨의 작품은 영화 팬들의 환호를 받아 이날 오후 5시 기준 조회수 1024만을 넘어섰고, 공유 2만7000회, 좋아요 3만7000회 등을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파묘는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을 담은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이다. ‘오컬트 장인’으로 불리는 장재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요 관객층인 2030세대에게 묫자리, 이장 등 이색적인 소재로 주목 받았고 영화 속에 설정된 인물 이름, 차량 번호판 등 숨겨진 메타포(은유)를 찾아내고 해석하는 재미가 흥행을 이끈 요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큰 주목을 받은 팬아트의 창작자 이씨도 “제 포스터 안에서 영화 내용과 함께 숨겨진 의미를 찾아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팬아트도 직사각형 묫자리를 테두리로 한 기존 영화 포스터와 동일한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담긴 각종 메타포를 차용해 포스터 안에 녹여내면서 누리꾼들의 환호를 받았다. 누리꾼들은 “하늘이 한반도 모양이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어서 허리 부분에 해를 넣은 것”이라는 등 나름의 해석을 쏟아냈다.
보수 일각에선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좌파 영화’라는 주장도 나왔지만 영화를 정파적으로 해석한다는 반박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한층 고조됐다. 파묘는 5일 기준 누적 관객수 624만1197명을 기록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