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서공회의 성경 프로그램이 빈곤과 총성 속에 놓인 과테말라 아이들에게 영적 훈련은 물론 교육 재건과 보호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과테말라 테라 누에바 지역 공립학교인 믹스코학교는 배고픔과 갱단의 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학교 내에 영국 성서공회의 성경 프로그램인 ‘오픈더북(Open the book)’을 도입했다고 미국 종교 전문 매체 RNS(Religion News Service)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픈더북은 성경 속 90가지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 가르치는 성경 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은 성경으로 읽기 능력을 키우고 연극을 준비하며 사회 교육을 받는다. 성경 연극에 참여한 저스틴(11)군은 RNS와의 인터뷰에서 “성경 이야기는 나를 똑똑하게 만들고 하나님을 잘 알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과테말라시티 빈민가에 있는 엘메스키탈 공립학교는 과거 갱단의 총격으로 교내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 디바스 교장은 이 같은 범죄 위협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픈더북을 도입했다. 디바스 교장은 “성경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갱단 문화가 아닌 다른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RNS를 통해 밝혔다. 이어 “성경을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씨앗을 심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테말라의 형사미성년자는 만 14세 미만으로 이들은 어떤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갱단은 이를 노려 농촌 도시와 빈민가 아이들을 범죄 행위에 연루시킨다. 과테말라시티 외곽 지역의 에타파구치소에는 108명의 소년범이 수감돼 있다.
성서공회는 이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과 정직, 가치 등을 토론할 수 있는 강의를 열어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갱단의 총격으로 사촌 3명을 잃은 앨리슨 에스테피니아 쿠키에레츰(11)은 “성서 공회 수업이 폭력에 대처하는 것을 알려준다”며 “성경을 읽으며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과테말라의 남자아이들이 갱단에 가입할 확률이 높다면 여자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임신하는 비율이 높다. 과테말라 성 건강 관측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과테말라 내 10세에서 14세 아동이 출산하는 사례는 하루 평균 5건으로 나타났다. 성폭력에 대한 처벌이 미흡하고 성교육, 피임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성서공회는 부모가 된 미성년자(Children have children)에게 3개월간 부모 교육을 제공한다. 과테말라 성서공회 매니저 팔마씨는 “어린아이들이 임신을 하면 학업을 중단하게 되고 다음세대까지 같은 일이 반복된다”며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해준다”고 말했다.
과테말라에서 오픈더북을 시작한 것은 2년 전이다. 그동안 1만5000명의 어린이가 참여했다. 과테말라 어린이 700만명 중 3분의 1이 정규 교육을 받는 환경에서 오픈더북은 이들을 교육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오픈더북 프로젝트는 과테말라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비롯해 가나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유럽과 중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박윤서 인턴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