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니, 행복했던 우리”…그림과 음악만으로 전하는 감동 ‘로봇 드림’

입력 2024-03-05 16:53 수정 2024-03-06 10:37
영화 '로봇 드림' 스틸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도그는 뉴욕 맨해튼에서 혼자 산다. 함께 소파에 앉아 저녁 시간을 보내는 건너편 집의 다정한 부부를 바라보며 씁쓸해하던 도그는 무심코 TV 채널을 돌리다 반려 로봇 광고를 보게 된다. 홀린 듯 로봇을 주문하고 애타게 기다리던 도그에게 드디어 거대한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로봇과 도그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된다. 공원에서 핫도그를 사먹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사진을 찍으며 둘은 추억을 쌓아간다. 매일 어두운 거실에서 혼자 전자레인지에 냉동식품을 데워먹던 도그에게 브루클린 다리에서 낭만적인 야경을 같이 감상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다.

영화 '로봇 드림' 스틸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함께 맞이한 첫 여름, 해수욕장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던 도그와 로봇에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갑작스런 이별을 맞이한 두 사람은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서로를 찾아 헤맨다. 도그와 로봇은 다시 만나 예전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미국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사라 바론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 ‘로봇 드림’이 오는 13일 개봉한다. 스페인 영화감독 파블로 베르헤르가 연출한 이 영화는 1980년대 뉴욕의 낭만과 감성을 녹여냈다. 누구라도 살면서 한 번 쯤 마주했을 이별의 기억,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관계의 속성을 섬세하게 담았다.

영화 '로봇 드림' 스틸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쌍둥이 빌딩과 브루클린 다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뉴욕의 주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유선 전화, 라디오, 비디오테이프, 롤러스케이트 등 당시의 문화를 상징하는 다양한 것들이 등장한다. 베르헤르 감독은 10년 간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투영해 외로운 뉴요커인 도그의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두 주인공이 나누는 우정과 연민, 서로에 대한 이해는 예상치 못한 순간 커다란 ‘한 방’으로 다가온다. 기존의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개와 로봇이 주인공인 무성 애니메이션이 이토록 풍부한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영화 '로봇 드림' 스틸사진. 영화사 진진 제공

‘로봇 드림’은 다양한 명작을 오마주하며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롤러스케이트를 목에 건 로봇과 도그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포스터는 기타를 맨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걸어가는 음악 영화 ‘원스’의 포스터를 떠올리게 한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 나무꾼이 도로시와의 모험을 통해 사랑을 알게 됐듯 로봇은 도그와의 관계 속에서 감정을 배워나간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당대 인기를 끌었던 그룹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셉템버’가 영화의 주요 배경음악으로 활용됐다. ‘기억’이라는 영화의 주요 키워드와 노래 가사가 연결돼 울림을 더한다. 시크릿 가든의 ‘유 레이즈 미 업’은 로봇의 테마곡으로 선택됐다.

영화 '로봇 드림'포스터. 영화사 진진 제공

‘로봇 드림’은 지난해 제76회 칸영화제 특별 상영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제36회 유럽영화상 장편애니메이션상, 제47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콩트르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러닝타임 103분, 전체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