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50대 중국 국적의 남성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17층 높이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가 7시간가량 농성 시위를 벌였다.
경기 동두천경찰서는 지난 4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동두천시 생연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A씨가 17층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벌였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해당 건설 현장에서 작업한 하청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이 하청업체의 팀장급으로 있던 그는 회사로부터 돈을 받아 다른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업무를 맡았다.
A씨는 자신을 포함한 다른 직원들이 약 7개월의 근무 기간에 상응하는 월급을 받지 못하자, 여러 차례 현장 건축사무소와 원청업체 등에 찾아가 항의했다. 그러나 책임 당사자와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A씨가 업체로부터 받지 못한 금액은 약 2억원에 달했다. 하청업체는 매달 지급해야 할 급료의 일부를 덜 주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A씨는 결국 자택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팀 소속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는 세금 신고를 빠짐없이 했으며 (전 재산이) 이미 압류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생계고를 호소하던 A씨는 공사장에 침입해 17층 높이의 타워크레인을 올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격양된 A씨를 진정시키며 4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A씨는 협상 초반에 “어떤 말도 듣지 않겠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도 했다. 소방은 A씨가 올라선 크레인 주위에 에어매트리스 등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경찰은 물과 음식 등을 A씨에게 올려 보냈다. 또 확성기를 통해 대화를 나누며 요구사항에 대해 물었다. A씨는 음식을 먹지 않고 내려보냈다.
그의 사정을 들은 경찰은 현장소장을 설득해 원청업체 회장에게 이런 상황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락을 받은 회장은 그 이전까지 이런 상황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협상 끝에 A씨는 회장으로부터 정확한 면담 날짜 등을 전달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곧바로 구속되는 것이 아닌지 두려워하기도 했다”며 “현재 구속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며 내려오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고공 농성 약 7시간 만에 지면으로 내려온 A씨는 손을 떨며 “생계가 너무 어려워서 그랬다.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또다시 임금 체불로 인한 불법 행동을 저지르지 않도록 여러 합법적인 대응책을 안내했다고 한다. 또 업무방해 혐의로 A씨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친 상태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