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 준강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79) 교주에 대한 항소심이 5일 시작됐다. 징역 23년형을 내린 1심 판단이 적당한지와 피해자가 녹음한 파일의 증거 능력 여부가 쟁점이다. 피해자들은 1심 재판 때와 같은 2차 가해가 없도록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명석의 항소심 1차 공판이 이날 오후 4시 40분 대전고법에서 진행된다. 정명석은 여신도들을 수십 차례 준강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1심에서 정명석에게 선고된 형량의 가벼움에 대한 부당성을, 정명석 측은 형량의 무거움과 증거로 채택된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 부재를 주장할 전망이다.
1심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한 대전지검은 “정명석의 범행 횟수가 총 23차례에 달하고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 무거운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재판 기간 피해자들에 대한 JMS 신도 등의 2차 가해가 지속해서 이뤄진 점도 고려해달라고 했다.
이와 반대로 정명석 측은 피해자들의 주장을 부인하며, 사실오인과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는 피해 상황이 녹음된 증거 파일 증거능력을 인정한 1심 판단이 받아들여 질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는 “녹음 파일에서 맥락이 끊기거나 인위적으로 편집한 흔적이 없고, 위작을 주장하는 피고인도 어떤 부분인지 특정하지 못했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을 돕는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오히려 피해자들은 정명석 측의 주장대로 녹음 파일이 조작됐다면 이를 얼마든지 증명해달라는 입장이다”며 조작 논란을 일축했다. 피해자 측을 변호하는 정민영 변호사도 “1심에서 녹음 파일이 변조되거나 편집된 흔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 확인됐기에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또 정명석을 메시아로 믿고 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JMS 이인자 정조은(가명)의 법정 증언과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이 적힌 메모 등 다수의 증거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한편 현재까지 추가로 정명석을 고소한 피해자만 22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중 3명은 미성년자일 때 정명석으로부터 성추행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김XX(정조은)이 고등학교 1학년이던 당시 피해자에게 ‘선생님(정명석)이 너 이뻐서 만진 거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며 “관련 녹음 파일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상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에서 해당 발언의 진위 여부 등을 두고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이어 “지금도 피해자들을 향한 JMS 측의 근거 없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입지 않도록 항소심 재판부가 정명석을 강력히 처벌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도 “정명석 측은 1심 재판 당시 재판을 지연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는데 피해자들은 항소심에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며 “피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빨리 내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JMS는 성경 해석과 구원관 등에서 반기독교적이라는 이유로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