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의 전쟁은 영적 전쟁입니다”…마약예방치유사역모임 ‘은구’ 첫발

입력 2024-03-05 14:31 수정 2024-03-05 18:03
4일 서울 광림교회에서 열린 마약예방치유사역단체 '은구'의 첫 모임에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규 고려대학교회 목사,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 남 전 지사, 배우 차인표. 신석현 포토그래퍼

‘은구’(恩求). 병든 자식을 둔 아버지가 예수께 은혜를 구하는 심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도움에 힘입어 마약예방치유 사역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마)의 앞글자를 따서 명명했다.

지난 4일 서울 광림교회에서 열린 '은구' 첫 모임 참석자들이 전문가 강연을 듣고 있다.

정치인에서 ‘마약퇴치전도사’로 거듭난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가 주도해 만든 마약예방치유사역모임 ‘은구’가 첫발을 내디뎠다.
은구는 4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사회봉사관 컨벤션홀에서 첫 모임을 갖고, 하나님의 은혜로 마약을 예방하고 마약중독자를 치유·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역을 함께 펼치기로 다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온누리교회, 만나교회, 분당우리교회, 안산 꿈의교회, 신촌성결교회의 부교역자들과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고 배우 차인표, 신애라씨와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남 전 지사는 인사말에서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제가 마약예방치유 사역을 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아들)마약 때문에 우리 가정은 긴밀해졌고 하나님이 함께 해주셔서 더 뭉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역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매주 기도모임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일요일마다 기도모임을 갖고 있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했다. 그는 “마약예방과 교육, 치유에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약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가까운 교회에 전화하자. 교회가 중독자와 그 가족을 품어주고 상담하고 말씀으로 치유하며 마약전문가, 치료기관과 함께 하는 것을 꿈꾼다. 그러면 천하보다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시는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이 4일 서울 광림교회에서 열린 은구 첫 모임에서 마약 중독의 실태와 심각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마약전문가인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이 ‘마약중독의 실태와 이해’를 주제로 강의했다. 조 전 원장은 “우리나라는 더이상 마약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미 마약단속 사범이 2만명을 넘었고 그 중 20대가 30%로 가장 많다. 10대는 매년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며 마약중독의 저연령화를 우려했다. 그는 “중독은 단 한번으로 시작된다. 한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가 된다”고 마약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박상규 고려대학교회 목사는 ‘대학을 위한 마약 및 중독 예방센터 DAPCOC’를 소개했다. 센터 사무총장인 박 목사는 “2023년 9월 어느날 고려대 캠퍼스 곳곳에 DOPAMINE PARTY(도파민 파티)라는 전단이 붙어 있어 이를 일일이 떼고 다녔다. 홍대와 건대에는 액상 대마를 판매한다는 전단이 붙어있을 정도로 대학가에 마약 확산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DAPCOC는 대학 캠퍼스에서 마약에 대한 교육과 토론을 진행하고 리더십 훈련을 통해 양성된 대학생들이 초중고 마약예방 및 학습코칭을 하고 있다. 아울러 마약 및 중독 24시간 상담 AI(인공지능) 에이전트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는 마약중독에서 회복된 양선영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장과 마약중독자 가족인 이선민 기독교마약중독연구소 이사장이 ‘마약중독의 실제’에 대해 증언했다. 양 소장은 “모든 것을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다는 믿음으로 소장을 맡았다”며 “많은 이들의 참여로 하나님의 은혜 아래 마약 치료의 길이 마련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하나님은 마약중독자에 대해 너무나 마음 아파하시고 탄식하신다”며 “마약과의 전쟁은 영적 전쟁이다. 영적 통제권을 하나님께 넘겨드려야 한다. 남의 일이라 외면하지 말고 중보기도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차인표씨가 지난 4일 은구 첫 모임에서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동역하고 있는 차인표씨는 환영인사를 통해 “마약으로 힘든 연예계 친구들을 상담할 수 있는 통로가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내가 성경 속 죄지은 여인을 바라보는 군중들의 시선으로 마약중독자를 바라보고 있구나. 하지만 단 한분, 여인 편에 서 계신 분은 예수님이었다. 너희중에 죄 없는자가 돌을 들어 이 여인을 치라고 하신 예수님 편에 서서 바라보아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는 달리기만 해서 루게릭 환자를 돕듯이 여러분이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맞서 싸울때 마약이 얼씬도 못하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R&B 가수 범키도 신앙으로 마약에서 회복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중3때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미국에 갔는데 겁이 없고 호기심 많아 너무 쉽게 대마초 접했다”며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11년간 살아오다 30살에 하나님 만나면서 모든 것이 정리되고 회복됐다”고 간증했다. 이어 “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요청하라. 어디든지 불려가서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모든 일을 계획할지라도 가능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길을 만들어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며 찬양곡 ‘웨이 메이커(Way Maker)’를 불렀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