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뽑힌 한국병원 17곳…1곳 빼고 전부 ‘수도권’

입력 2024-03-05 06:59 수정 2024-03-05 10:33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에서 전공의 근무지 무단이탈로 인한 병원 현장 상황 고발 및 전공의 현장 복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뉴스위크가 뽑은 ‘세계 최고 병원’ 순위에 이름을 올린 한국 병원들 가운데 단 1곳을 제외하고 전부 ‘수도권’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5일 뉴스위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4 세계 최고 병원(World's Best Hospitals 2024)’ 순위를 보면 250위 안에 한국 병원 17곳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아산병원이 22위로 가장 높았고, 삼성서울병원(34위) 세브란스(40위) 서울대병원(43위) 분당서울대병원(81위) 강남세브란스병원(94위)이 100위 안에 들었다. 이른바 수도권 ‘빅5’ 병원들이다.

이외에 가톨릭성심병원(104위) 아주대병원(120위) 인하대병원(148위) 강북삼성병원(152위) 고대안암병원(160위) 여의도성모병원(170위) 경희대병원(208위) 중앙대병원(214위) 건국대병원(222위) 이대병원(225위) 대구가톨릭대병원(235위)이 순위 안에 들었다.

17개 병원이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인데, 수도권 쏠림 현상이 유독 두드러진다. 이들 병원 중 수도권 밖에 있는 병원은 ‘대구가톨릭대병원’ 1곳에 불과하다. 지방 국립대병원, 즉 거점 국립대병원은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절반가량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 소재한 이웃나라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은 한국보다 적은 15개 병원이 순위에 들었는데, 이 중 7곳이 수도권 밖에 위치한 병원이었다.

가장 순위가 높은 도쿄대병원(18위·도쿄)과 세이로카국제병원(24위·도쿄), 가메다메디컬센터(45위·지바)는 수도권에 있는 병원이다. 하지만 규슈대병원(69위) 나고야대병원(86위) 교토대병원(96위) 오사카대병원(172위) 구라시키중앙병원(177위) 홋카이도대병원(206위) 고베시메디컬센터(224위) 등은 수도권 밖에 위치했다.

비수도권 병원 중에서도 구라시키중앙병원과 고베시메디컬센터를 제외한 5곳이 ‘지방 국립대병원’이다. 의사 구인난에 시달리며 서울 빅5 병원에 지역 환자들이 유출돼 고전하고 있는 한국의 지방 국립대병원 상황과 극히 대조적이다.

일본은 ‘의사 지역정원제’ 등을 도입해 지역의 거점 국립대병원에 꾸준한 인적·물적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런 점이 지방 국립대병원의 약진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6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하며 지역 국립대 중심의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와 전공의 등 해당 대학의 의료진과 의대생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지역 거점 국립대의대의 교수를 현재 1200~1300명 수준에서 2200~23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리고, 지방 국립대병원을 집중 육성하겠다고도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