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결, ‘카라얀 젊은 지휘상’ 받고 국립심포니에 금의환향

입력 2024-03-05 04:30
지휘자 윤한결이 4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연주자처럼 직접 소리를 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휘는 소리의 방향을 움직이고 음악의 흐름을 바꾸는 등 간접적이지만 즉각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정말 재밌어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윤한결(30)이 수상 이후 처음으로 국내 무대에 선다. 윤한결은 오는 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공연 레퍼토리는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모음곡’ ‘불새 모음곡’,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협연자로는 ‘라벨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에프랑 바부제가 오른다.

윤한결은 4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이후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지휘 의뢰가 들어왔지만, 콩쿠르 이후 첫 한국 공연은 꼭 국립심포니와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국립심포니와의 인연을 강조한 것은 2021년 국립심포니 주최 ‘KNSO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듬해 세계적인 기획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사와 전속계약을 맺는가 하면 여러 지휘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지휘자들은 공연 기회를 얻는 게 힘들다. 젊은 지휘자를 대상으로 한 KNSO 국제 지휘 콩쿠르를 통해 지휘자로서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대구 출신인 윤한결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뮌헨 국립음대에서 작곡, 피아노, 지휘를 배웠다. 그가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작곡이다. 2015년 제네바 콩쿠르 2위를 시작으로 2016년 파렐 작곡 콩쿠르 2위, 2018년 토날리 작곡 콩쿠르 2위, 2020년 루치아노 베리오 작곡 콩쿠르 2위 등 여러 작곡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작품 위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제네바 콩쿠르에서 결선에 올랐지만 1위에 오르지 못한 것을 계기로 지휘에 좀 더 힘을 쏟고 있다.

지휘자 윤한결이 4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윤한결은 “2018년 제네바 콩쿠르 당시 작곡가로서 목표 의식을 잃었다. 여기에 괴로워하며 작곡하는 것과 달리 지휘는 재밌고 행복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휘자를 하게 된 것 같다”면서 “작곡은 과정 자체가 어려운 데다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서 힘들었다. 이에 비해 지휘는 이미 완성된 작품을 연주한다는 점에서 동작만으로 바로 소리가 만들어지는 게 좋았다”고 설명했다.

지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윤한결은 2019년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아카데미에서 지휘 부문 1등상인 네메 예르비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2021년 국립심포니 주최 KNSO 콩쿠르에서 2위와 관객상을 받더니 2023년엔 젊은 지휘자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까지 받으며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한결은 “‘카라얀 젊은 지휘상’을 받은 이후 다양한 러브콜을 받게 됐다. 앞으로 지휘자들에게 인정받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테크닉이 강한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곡의 괴로움을 호소했지만 윤한결은 지휘와 함께 작곡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최신작 ‘그랑드 히팝’을 독일에서 앙상블 모데른의 연주로 초연하기도 했다. 올해 8월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부상으로 서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서 현재 작업중인 신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윤한결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측에서 현대곡도 하나 지휘했으면 좋겠다고 하길래 농담으로 ‘그럼 내가 하나 쓸까?’ 했더니 바로 승인이 났다. 내가 정말 큰 실수를 한 셈이다”면서 “지난 두 달간 작곡을 해보려고 했지만, 쓰다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다. 작곡은 갑자기 ‘느낌’이 올 때 잘 써지는데, 그것만 기대하고 있다”며 웃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