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인이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과 스캠(사기성 코인)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조용히 월드코인 열풍의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사업자 업비트에서 상장돼있지 않아 대부분의 매매가 2위 사업자인 빗썸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4일 빗썸에서 오전 9시 57분 기준 월드코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약 1621억원으로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약 1610억원)을 제쳤다. 간밤 미국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크게 오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월드코인 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오르기 시작해 이날 기준 약 200% 급등했다. 매매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빗썸의 수익 구조 특성상 월드코인이 수수료 효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월드코인은 생성형 AI 서비스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가상화폐다. AI 시대가 오면 홍채 정보를 통해 인간임을 증명한 이들에게 월드코인을 통해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월드코인의 구상이다. 월드코인을 받으려면 이들이 만든 인식 기구 ‘오브(Orb)’를 홍채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까지 약 1억개의 월드코인이 발행됐다.
문제는 개인 생체 정보인 홍채를 수집하고 국외에 이전한다는 점이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월드코인의 본국인 미국에서는 홍채 정보를 받은 대가로 월드코인을 주는 것이 금지돼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중이다. 정부도 뒤늦게 월드코인의 홍채 정보 수집 적법성을 따져볼 예정이다. 이미 국내에서만 5만명이 넘는 이들이 월드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캠 논란도 있다. 월드코인의 구체적인 사업 방향이나 재원 마련 방안 등이 공개되지 않아서다. 쓸 수 있는 사용처도 없어 팔려는 사람 밖에 없는 일종의 폰지사기 라는 것이다. 예자선 경제민주주의21 금융감시센터 소장은 “미국에서 만든 코인을 탄자니아에 나눠주고 한국에서 거래되는 구조”라며 “전 세계 기본소득을 빗썸 투자자가 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