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사회(WMA)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대 정원 저지 관련 집단행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를 규탄했다. 다만 한국 의료 현실에 대한 이해 없이 국내 의사 단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계의사회는 지난 1일 홈페이지에 ‘세계의사회는 정부가 자초한 위기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제목의 성명문을 게재했다.
세계의사회는 “명확한 근거 없이 시행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결정은 의료계에 혼란을 가져왔다”며 “정부가 취한 조치는 긴 근무시간으로 인한 끊임없는 번아웃과 낮은 임금, 잘못된 정보로 인한 부정적 언론 묘사에 직면한 인턴과 레지던트의 가혹한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의 사직을 막고 의대생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인 인권 침해로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의사가 취하는 집단행동 중에는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재고하고 의료계에 부과된 강제 조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세계의사회는 한국의 의협을 포함해 114개 국가 의사단체가 참여한 기구다. 쿠웨이트 출신 루자인 알-코드마니 회장이 이끌고 있고, 박정율 의협 부회장이 의장을 맡고 있다.
세계의사회의 성명 내용은 정부의 강경 대응에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의료계는 정부가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지난달 29일 이후 의협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낭떠러지에 서 있다” “자유와 인권 탄압” 등 발언 수위를 올리고 있다.
세계의사회 성명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의협의 일방적 견해를 대변한 것으로, 명확한 근거 없이 시행된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부는 의료계 등과 130회 이상 충분히 소통하면서 장기의료수급 전망과 의과대학 수요에 기반해 증원 규모를 산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의사집단행동 관련 정부 조치는 의료법 등에 따른 정당한 조치이며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일부 의료인들이 정부의 의료개혁 철회를 주장하며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고, 후배들의 집단행동을 교사 방조하고 있다”며 “의협 압수수색은 복지부의 고발 이후 수사당국인 경찰이 이번 불법 집단행동을 누가 주도했으며 가담의 정도는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