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헤일리, 트럼프 지지 거부 시사…공화당 유권자 10%는 반트럼프

입력 2024-03-04 06:57 수정 2024-03-04 11:12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공화당 경선 승자에 대한 지지 서약을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자로 확정되더라도 그를 지지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공화당 경선에서 헤일리 전 대사를 선택했던 유권자 상당수는 11월 대선 때도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혀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헤일리 전 대사는 3일(현지시간) NBC 방송 인터뷰에서 경선 최종 승자를 지지한다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서약을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결정을 내릴 것 같다”며 “하지만 그건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RNC는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회 참여 조건으로 최종 승리 후보를 지지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토록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약을 거부했고, 당 토론회도 불참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에 대해 “RNC는 (그때와) 동일한 RNC가 아니다”며 당 지도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 며느리인 라라 등으로 교체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특히 “우리는 상대방을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조 바이든이나 상대방을 해충이라고 부르는 트럼프를 원하지 않는다”며 “나는 항상 트럼프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말해왔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모든 일에 면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법에 따라 살아야 한다”며 “11월 이전에 (트럼프 관련) 모든 사건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임하면 헌법을 지킬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리턴 매치에서 승리하려면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고 있는 당내 반(反)트럼프 유권자와 무당층을 껴안아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헤일리 전 대사와 그의 지지자들을 거칠게 비난하면서 양측 갈등이 심화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 첫 승을 거뒀다. 워싱턴DC는 공화당 등록 유권자가 5%에 불과한 곳이어서 사실상 중도층이나 온건 성향의 유권자 지지가 승리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승리는 확실시되지만, 공화당 경선에 참여했던 유권자 중 적지 않은 숫자가 본선 때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AP통신이 지난 1월부터 진행한 공화당 경선 출구조사에서 아이오와주 유권자 5분의 1, 뉴햄프셔 유권자 3분의 1, 사우스캐롤라이나 유권자 4분의 1가량이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 반트럼프 유권자 중 17~31%는 본래 민주당 지지자였다. 그러나 14~27%는 무당층 유권자였고, 2020년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공화당 유권자 10%가량도 포함됐다.

A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온건파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며 “무소속 지지자들 사이의 광범위한 회의론은 물론, 공화당 내 소수의 반대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