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안 하고 연금 더 받겠다”… 스위스 결정 논란

입력 2024-03-04 04:20
픽사베이

스위스 국민들이 연금 인상에는 찬성하지만 정년 연장에는 반대했다. 그러나 고갈되는 연금의 재원 마련을 위한 뚜렷한 대책 없이 연금 지급액만 늘려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내용의 발의안을 두고 3일(현지시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58.2%의 찬성으로 발의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스위스 노동조합 연맹이 제안하고 사회민주당 등이 발의를 주도한 이 방안은 1년에 12번 지급하던 연금에 1차례 더 연금을 추가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입법을 제안한 노조 측은 투표 결과를 환영했다. 피에르 이브 마이야르 스위스 노조연맹 회장은 “투표 결과는 평생을 일해온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멋진 메시지”라며 “스위스의 민주주의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투표에서 고령화 속 연금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도 찬반 표결이 이뤄졌다.

급진 자유당이 제안한 이 발의안은 모든 스위스 국민의 은퇴 연령을 65세에서 66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투표는 74.5%라는 압도적 반대표로 부결됐다. 연금을 증액하되 지급 시기를 늦추지는 말자는 게 이날 국민투표에서 드러난 민의다. 스위스 국민투표를 통과한 법안은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된다.

스위스 의회와 연방정부는 연금 운용 방향에 관한 민의를 확인했지만, 재원 조달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산업계의 입법 로비 단체인 이코노미스위스의 모니카 뤼엘 이사는 공영방송 RTS에 “연금 증액 찬성표가 많아 놀랐다.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급진 자유당은 성명을 통해 “오늘 두 개의 투표 결과를 합치면 연금 제도의 미래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는 셈”이라며 “고령화 속에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일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건 비겁한 일이며 정부와 의회가 혁신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