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공천을 둘러싼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 사이의 ‘명문 갈등’이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
최근 컷오프(공천 배제)된 친문계 핵심 ‘2인방’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영표 의원이 탈당 가능성을 포함해 거취에 대한 숙고에 들어갔다. 이들이 탈당을 결심하고,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뒤를 따를 경우 민주당이 사실상 분당 상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일 서울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향후 거취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실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도부가) 1일 심야 최고위원회를 열었는데 내 요구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반발했다. 임 전 실장은 그동안 출마를 준비해 온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되자 당 지도부에 재고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임 전 실장 측 관계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과 새로운미래 입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홍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민주당을 지키던 분들을 마지막까지 밀어내버린 건 ‘이재명 당’을 향한 야욕이 만든 비극”이라며 “마침내 일어설 시간이 다가온다”고 탈당을 시사했다.
임 전 실장과 홍 의원이 탈당을 결행할 경우 앞서 탈당한 설훈 의원과 함께 ‘민주연합’이라는 일종의 결사체를 구성한 뒤 나중에 새로운미래와 합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분당까지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초선·서울 구로을) 의원과 문재인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4선·서울 구로갑)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으면서 갈등이 누그러졌다는 해석도 있다.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3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에 경선 기회를 준 것을 두고도 내부 통합에 방점을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비명 횡사’를 둘러싼 민주당 공천 갈등과 관련해 민주당 주류 세력의 교체라는 평가도 나온다. 친문계가 거머쥐었던 헤게모니가 친명계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이재명 친청체제’ 구축이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원래 공천을 주도하는 게 당 주류라 그들에게 유리하긴 하다”면서도 “유난히 이번 총선에선 그 기류가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민주당 내 주류를 바꾸겠다는 이재명 대표의 의지가 이번 공천에 반영됐다고 본다”면서 “‘문재인의 민주당’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이 대표는 철저한 비주류 정치인 출신”이라며 “노무현정부에서 여러 중요 보직을 맡고 주류 자리를 지키면서 당대표를 지낸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와 이 대표의 정치 역정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