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투·타에서 쏠쏠한 결실을 맺은 채 스프링캠프를 마쳤다.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이 건재함을 확인했고 5선발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타선 짜임새 또한 지난해 대비 한층 탄탄해졌다.
한화는 4일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LG 트윈스와 더불어 10개 구단 중 귀국이 가장 이르다. 연습경기 성적은 3일 KT 위즈전 0대 2 석패를 포함해도 4승 1무 2패다.
최대 수확은 단연 류현진이다. 호주 멜버른 1차 캠프를 마친 뒤 한화와 계약을 맺고 선수단에 합류한 그는 이후 두 차례 불펜 투구로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가장 최근인 지난 2일엔 라이브 피칭까지 소화했다. 비로 인해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게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포수 최재훈과 호흡을 맞춰 40분가량 65구를 던졌다. 최고 구속은 시속 139㎞로 빠르지 않았지만 예리한 변화구와 묵직한 구위 덕에 타자들이 체감한 위력은 그 이상이었다.
두 번이나 부러진 배트가 그 방증이었다. 몸쪽 바짝 붙어 오다 꺾이는 변화구엔 타석의 타자도, 훈련을 지켜보던 관계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날 류현진의 공을 안타성 타구로 연결한 외야수 이상혁은 “직접 보니 생각보다 더 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개막전 선발 등판엔 청신호가 켜졌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이날 류현진과 문동주를 오는 7일 자체 청백전에 각각 선발 등판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술적으론 이후 최대 두 번의 시범경기를 거쳐 23일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나설 수 있다.
마운드에서의 결실은 더 있다. 5선발 후보로 급부상한 김민우가 대표적이다. 한때 토종 에이스 평가를 받았으나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날린 그는 올겨울 자비로 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등 공들여 재기를 준비했다. 그 결과 지난달 28일 KT전에서 2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코치진이 선정한 오키나와 캠프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최 감독은 “호주까지만 해도 딱히 이렇다 할 느낌을 못 받았는데 KT전에선 확실히 좋더라”며 “(김)민우 공은 시속 143~144㎞만 나와도 치기 어려운 공”이라고 평가했다.
야수 쪽도 분위기가 좋다.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대표적이다. 브라이언 오그레디·닉 윌리엄스 두 외국인 타자의 부진으로 지난해 골머리를 앓았던 한화가 100만 달러를 들여 영입한 페라자는 2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마수걸이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를 신고했다. 타격 면에선 강점이 확실하며 수비에서도 기초적인 몫은 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뉴 페이스’ 안치홍과 김강민·이재원의 가세가 기존 젊은 타자들에게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야수조 최고참을 고쳐 올 시즌 주장직을 맡은 채은성은 “(안)치홍이도 왔고 다른 선배들도 오지 않았나”라며 “(저마다) 야수 쪽에서 경험을 많이 얘기해줬다”고 설명했다.
오키나와=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