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軍 정찰위성, ‘김정은 집무실’ 있는 평양 중심부 찍었다

입력 2024-03-03 16:58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우리 군 첫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스페이스X사의 우주발사체 ‘팰컨9’이 지난해 12월 1일 현지시각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가 북한의 평양 중심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지상으로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중심부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가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6~7월 정찰위성의 정상 임무가 시작돼 실전배치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우리 군의 ‘킬체인’ 능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 관계자는 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찰위성 1호기의 운용과 관련해 “장비를 검보정하는 단계”라며 “해상도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지난해 12월 발사한 정찰위성 1호기는 현재 운용시험평가 중이다.

검보정 작업은 정찰위성의 구동 상태를 점검하고 위성 촬영 영상의 초점을 맞추는 작업이다. 해상도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작업에 이상이 없다는 의미다.

정찰위성 1호기는 전자광학(EO)·적외선(IR) 촬영 장비를 탑재해 낮과 밤에 번갈아 촬영할 수 있다.

현재는 궤도를 돌며 북한 지역을 촬영한 사진을 지상으로 전송 중이다.

이 사진 중에는 평양 중심부 등을 촬영한 것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는 상업용 위성으로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상 3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정찰위성 1호기의 해상도를 고려하면 더 상세한 모습이 사진에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구체적인 사진 내용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군은 6~7월 중 위성의 검보정 작업을 완료해, 하반기에는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마치 CCTV처럼 위성 자산으로 북한을 감시할 수 있는 시대에 돌입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 진행 중인 킬체인 계획도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만 의존했던 대북 감시 기능도 독자적인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킬체인 능력을 완성하는 것은 물론 한·미가 공유하던 북한 미사일 정보를 자체적으로 확인한다는 것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정찰위성 1호기에 이어 오는 4월 첫째 주 미국 플로리다 공군기지에서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탑재한 2호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SAR 위성은 시간이나 기상 조건 상관없이 표적을 초고해상도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다.

군은 오는 2025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고 2030년까지 100㎏ 미만의 초소형 위성 40여기도 전력화해 북한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북한 역시 우리 군의 정찰위성에 대응해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예고한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이달 중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가 북·러 간의 기술 협력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 대선이 있는 이번 달 17일 이후 추가 정찰위성을 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쏜 정찰위성은 테스트용이자 선전용”이라며 “앞으로 쏠 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잘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