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절차를 통해 맞이한 외부 인사들의 공천 결과가 현역 의원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역 의원 상당수가 순조롭게 공천장을 받는 것과 달리 ‘영입 인재’ 대다수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험지로 보내지거나 공천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9월부터 인재 영입 절차를 통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인사 48명의 공천 현황을 전수 분석했다.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3일 기준 23명으로, 전체 영입 인사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이 가운데 지역구 후보로 최종 확정된 인사는 15명이다. 단수추천이 11명, 우선추천(전략공천) 1명이고 경선을 통과한 후보가 각각 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본선 티켓을 거머쥔 15명 중 14명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에 출마한다. 이들이 출마하는 14개 지역구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험지 또는 접전지로 평가받는다.
자발적으로 험지에 도전장을 내민 인사도 있고, 국민의힘 지도부의 요청에 따라 험지나 접전지를 택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 영입 인사 중 험지 출마의 대표 사례는 ‘범죄 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교수다. 이 교수는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3선을 한 경기 수원정에 출마한다. 수원정은 지난 20년간 보수 정당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곳이다.
YTN 앵커 출신의 호준석 비대위 대변인은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4선을 한 서울 구로갑에 출마한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전상범 전 부장판사는 각각 김영진·천준호 의원이 현역인 경기 수원병과 서울 강북갑에 도전장을 냈다.
‘스타강사 레이나’로 유명한 김효은 전 EBSi 영어강사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5선을 지낸 경기도 오산에 전략공천됐다. 안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김씨는 민주당의 영입 인재 차지호 카이스트 교수와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비대위원인 구자룡 변호사는 비례대표 초선인 조수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을 경선에서 누르고 서울 양천갑에 공천을 받았다. 양천갑은 과거에는 국민의힘 전신 정당이 우세한 지역이었지만, 현역인 황희 민주당 의원이 20·21대에 내리 재선한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인재 영입 인사 중 유일하게 정성국 전 교총회장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 지역구인 부산 부산진갑(현역 서병수 의원)에 공천을 받았다. 다만 부산진갑 역시 2016년 20대 총선 때 김영춘 전 민주당 의원이 당선됐던 곳으로 ‘스윙 보터’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영입 인재는 지역구 경선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공천 신청을 했지만 공천 방식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세종을 경선에서 이준배 전 세종시 경제부시장에게 패했다.
이영훈 전 한국청년회의소(JC) 중앙회장은 경기 군포에 도전장을 냈지만, 최진학 전 당협위원장과의 경선 도중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한정민 삼성전자 DS부문 연구원은 경기 화성을에 공천 신청했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화성을의 공천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이 같은 영입 인재 공천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영입 인재 상당수를 ‘강남 벨트’나 대구·경북(TK) 등 텃밭에 보낸 것과는 정반대라는 지적도 있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정치 신인이었던 김웅(서울 송파갑)·태영호(서울 강남갑)·양금희(대구 북갑)·유경준 의원(서울 강남병), 윤희숙 전 의원(서울 서초갑) 등 ‘뉴페이스’들을 양지에 전진 배치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영입 인재 활용법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런 식이라면 인재 영입을 도대체 왜 했느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는 “국민의힘의 공천이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다”면서 “영입 인재들을 현역 지역구에 공천하자니 현역이 이탈할까봐 두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영입 인재 배려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입 인재는 아직 정치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당에서 사회 현안 대응이나 정책 능력을 쌓고 충분히 검증된 뒤 공천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자창 김이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