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가 열린 3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구장. 사복 차림의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KBO 리그에서 뛰었던 안권수(31)였다.
2020시즌 한국 무대에 데뷔한 안권수는 특별한 사연으로 주목받았다.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대학까지 마쳤으나 일본프로야구(NPB)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독립리그를 거쳐 두산 베어스와 계약했다.
군 복무 문제가 얽혀 지난해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롯데의 러브콜을 받고 한국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타석을 소화하면서 타율 0.269 42득점으로 공격 첨병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 생활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도 지난해 11월 26일 KBO리그를 떠났다.
방출 3개월여 만에 만난 안권수는 회사원이 돼 있었다. 고교 때부터 알고 지낸 지인의 컨설팅 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롯데에서의 생활을 잊진 않았다. 그는 “종종 지난해 영상을 찾아본다”고 말했다. 팬들의 응원 덕에 힘이 난다고 했다.
도쿄에서 오키나와까지 먼 걸음을 한 이유는 옛 동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KBO 생활을 마친 뒤)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며 “애들 얼굴을 보고 힘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전날 캠프지에 도착한 안권수는 당일 저녁 한동희 등 동료들과 식사로 회포를 풀었다. 그는 “밥을 먹으면서 지난해 (이맘때) 생각이 나더라”며 “올해는 컨디션이 어떤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새로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태형 감독과는 앞서 두산 시절 3년간 사제의 연을 맺었다. 안권수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간 감독님 아니시냐”며 “일단 감독님을 믿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간 연차 선수들이 잘 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요즘도 팬들로부터 연락을 받는다는 안권수는 정규시즌이 시작한 뒤에도 한국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시간만 있으면 매일이라도 가고 싶다”며 “(아예) 한국에 살고 싶다”고 웃음지었다.
오키나와=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