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제105주년 3·1절 기념사에서 ‘통일’을 8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3·1절 기념사와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두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3·1운동의 자유주의 정신을 토대로 새로운 통일관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일 “1919년 기미독립선언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우리 민족이 영원히 자유롭게 발전하려는 것’이라 웅변한다”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밝혔다.
자유를 향한 독립운동의 결과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번영했지만, 이 자유가 북한까지 확대돼야 독립운동이 완성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1월 말부터 기념사를 구상했고, 참모들에게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풍요가 우리에게서 끝나서는 안 되고 북한과 세계까지 확장돼야 한다”며 ‘통일’을 키워드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기념사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정부의 통일관, 통일 비전을 보다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994년에 나온 ‘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은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주의적 철학 비전이 누락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정부의 새 통일 방안에는 북한의 전체주의·억압 통치와 대비되는 자유민주주의의 당위성, 자유와 인권의 가치가 담길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 정권에 대해 “오로지 핵과 미사일에 의존하며 2600만 북한 주민들을 도탄과 절망의 늪에 가두고 있다”며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서는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며 “내년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양국 관계로 한 단계 도약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의 안보, 산업, 금융, 첨단기술 등 분야 협력을 거론하며 “지난해 양국을 오간 국민들이 928만명에 달한다”고도 말했다.
3·1절 기념식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각계 대표와 독립유공자 유족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 퇴장할 때 한 위원장과 악수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 대표와도 짧게 악수했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