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채은성에게 지난 시즌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친정 LG 트윈스를 떠나 새로 둥지를 튼 대전에서 4번타자 중책을 맡았다. ‘베테랑’ 타이틀은 덤이었다.
개인 기록은 준수했다. 데뷔 이래 가장 많은 596타석에 들어서 23홈런 84타점을 올렸다. 타율(0.263)은 낮았지만 시즌 내내 노시환과 그에게 쏟아진 집중 견제까지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다.
팀 성적은 그에 못 미쳤다. 탈꼴찌엔 성공했지만 9위로 시즌을 마쳤다. 1일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채은성은 “9위가 (꼴찌를 면했다고) 좋아할 위치는 아니지 않으냐”며 “부족함을 많이 느낀 한 해였다”고 돌이켰다.
새 시즌 주장직을 맡은 그답게 말끝마다 팀 얘기가 나왔다. 이번 스프링캠프 최대 수확으론 “부상이나 사건·사고 없이 막바지에 이른 것”을 꼽았고 개인 목표를 묻자 대뜸 “5강 안에 들고 싶다”고 답했다.
채은성은 특히 “어린 친구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과거 LG 시절 백업과 주전으로 포스트시즌을 거치며 자신이 얻은 자산을 후배들도 체득하길 바란다는 취지였다. 그는 “시야가 넓어진다는 표현이 딱 맞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적하자마자 야수조 최고참을 맡았던 그지만 올해는 다르다. 외야수 김강민과 포수 이재원이 비시즌 합류했다. 동갑내기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도 한화에 둥지를 틀었다. 채은성은 “(고참들끼리) 함께 다니며 많은 얘기를 나눈다”며 “팀 분위기를 더 긍정적으로 바꿔 나가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운드엔 류현진까지 가세했다. 채은성은 항간에 회자되는 ‘류현진 효과’를 긍정하는 한편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팀에 득이 되는 요인이 굉장히 많다”면서도 “(류)현진이 형만 바라볼 게 아니라 기존 야수들도 잘 받쳐 줘야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작스레 강팀으로 지목되면서 팀 분위기가 붕 뜨지 않았냐는 물음은 일축했다. 그는 “하위권 팀도 매 시즌 기대를 가지고 준비한다”며 “내부적으로 (올 시즌 특별히) 들떠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다.
2014년 1군에 늦깎이 데뷔한 채은성은 정작 타석에서 류현진의 공을 한 번도 못 봤다고 했다. 이날 라이브 피칭 때 대결 예정이었으나 비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는 “이러다 영원히 (대결) 못 할 것 같다”고 입맛을 다셨다.
성실성으로 잘 알려진 그는 새해 개인적 바람으로 ‘발전’을 꼽았다. 채은성 “1군에서 뛴 이래로 개인 성적 목표를 밝힌 적이 없다”며 “늘 1년 전보다 모든 면에서 조금 더 나아지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키나와=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