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부모에 의해 중환자실에 홀로 남겨진 영아에게 병원, 지자체, 복지기관 등이 손을 내밀었다.
29일 부산 동구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4일 부산 동구 일신기독병원에서 약 1.2kg의 칠삭둥이가 태어났다.
불법체류자인 아기 엄마는 병원비를 벌어오겠다며 아기를 중환자실에 남겨둔 채 퇴원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남편과 함께 자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을 하나만 갖고 태어난 아기는 젖병조차 제대로 빨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약해 중환자실을 전전했다.
동구 관계자는 “아기가 눈 초점이 맞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아 현재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밥도 잘 먹지 못하다 보니 한 달 사이 몸무게가 200g밖에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아기가 자주 울어 다른 신생아들을 돌볼 때도 이 아기를 한 손에 안고 진료를 볼 때가 많았다.
관계자는 이어 “병원에 있는 간호사들이 부모를 자처하면서 아기를 성심성의껏 돌봐줬다”며 “부모님의 사랑을 한창 받고 성장해야 할 시기에 버림을 받아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간호사들은 생후 백일에 맞춰 아기에게 한복을 입히고, 병원 한쪽에서 백일잔치를 손수 열어주기도 했다. 백일상에는 백일떡, 축하 케이크, 딸랑이 등이 올려졌다.
아기는 다음 달 4일 부산 남구의 소화영아재활원으로 전원된다. 아기에게 장애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받아주는 시설을 찾기 어려웠지만, 이 재활원은 선뜻 입소를 허락했다.
아기는 전원 후에도 대학병원에서 남은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유기 아동의 경우 UN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의료급여 1종 수급자로 인정받아 병원비 대부분을 면제받는다.
부산 동구는 현재 사라진 아기의 부모를 찾는 중이다. 관계자는 “현재 아기 엄마를 찾고 있는데, 아기가 가족 품으로 돌아가 건강하게 잘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