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정한 29일까지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일부 전공의는 정부의 복귀 요청뿐 아니라 대화 제안마저 거절했다. 이들은 정부가 전공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 한 어떤 정부 관계자와도 대화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장관, 차관의 말이 다 다른데 어디를 믿고 대화하러 가야 하는가”라며 “지금 대화하러 가면 잡혀간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 전공의들에게 긴급 대화를 제안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박 차관은 메시지에서 “29일 오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자”고 전했다.
이와 관련 류 위원장은 “박 차관은 전공의에게 대화 창구를 마련하면 정부는 즉시 화답하겠다고 말했다”며 “같은 회의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면허정지 처분 등이 불가피하다고 엄포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 개혁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류 위원장은 “대화하러 나오라고 한 다음 날에는 동료 전공의에게 업무개시 명령으로 겁을 줬다”라며 “저는 혼란스럽다. 정부 부처마다 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류 위원장은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중단해달라”며 “정부 스스로 대화 의지를 확인하고 대화 창구를 통일해달라. 대통령이나 외부 인사가 중재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고 언급했다.
대화를 제안한 박 차관을 향해 강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류 위원장은 “박 차관이 옳은 대화 창구인지, 결정 권한이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제가 보기엔 그곳이 대화 창구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나와 내 친구는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류 위원장은 끝내 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공의 2분의 1은 사태가 끝나도 안 돌아올 것”이라며 “이것은 파업이 아닌 사직의 물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며, 의사 수가 절대 적지 않다는 말도 되풀이했다. 류 위원장은 “지금 서울대병원 기준 46%를 차지하는 전공의가 없는데도 의료 시스템이 큰 문제 없이 굴러가고 있다”며 “의사 수는 많다. 의대 정원을 1500명으로 감축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