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예수님”…가나안 기로에 선 대학 새내기

입력 2024-02-28 18:34 수정 2024-02-28 18:42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창원 토박이 김승욱(24)씨는 4년 전 대구 소재 대학에 진학했다. 본가에서 학교까진 대중교통으로 2시간. 통학이 부담스러웠던 그는 자취를 선택했다. 월세·식비·통신비·보험료는 스스로 마련했다. 평일에는 4시간, 주말에는 8시간씩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한 달만이었다.

고3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주일예배는 대입 이후 한 번에 무너졌다. 김씨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학에서 새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무교였다”며 “학과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들과 시간을 자주 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에 갇혀 있던 고등학생 때와 달리 대학 생활은 굉장히 재미있었다”며 “주말마다 대학 동기들과 피시방에 가거나, 여자친구를 만나는 게 낙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이 된 서현수(가명·20)씨도 김씨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인천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서씨는 현재 부산에 있는 대학을 다닌다. 일어교육과에만 대학 원서를 낸 그는 인천대가 1지망이었으나 불합격해 부산까지 내려왔다. 두 달에 한 번씩 본가를 오갈 땐 항공편을 이용한다.

자취방에서 도보로 10분 떨어진 교회에 지난해 초 등록했으나 요즘엔 잘 가지 않는다. 새내기 땐 어영부영 갔지만, 대학 생활에 적응하면서 친구들과의 약속이 더 잦아졌다. 서씨는 “오후 2시30분에 시작하는 대학부 예배를 드리고 나면 하루가 붕 뜬다”며 “가끔 교회에 갈 땐 정오 2부 예배에만 참석하고 학교 선배·동기들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2023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를 보면 20대 기독교인 가운데 가나안 청년 비율은 45%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가운데 10명 중 3명(31%)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 생활을 하다가 교회를 떠났다고 답했다.

대입 이후 타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믿음을 포기하는 새내기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현실을 인지한 일부 교회들은 새내기들과 지역 교회를 잇는 가교를 자처하고 있다. 가나안 성도 기로에 선 Z세대(1996~2010년 출생)들의 디아스포라 구하기에 나선 셈이다.

부산 대청교회(이석호 목사)와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가 대표적이다. 이들 교회는 다른 지역 대학에 진학하는 새내기 청년들에게 인근의 건강한 교회를 소개하고 있다.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는 매년 대학 입학식을 전후로 대학 캠퍼스를 찾아 상경한 새내기들을 교회로 안내하고 있다(국민일보 2월 22일자 33면 참조).

박태영 대청교회 청년부 목사는 “대학생 청년 중 3분의 1이 학기 중 수도권이나 대구 대전 지역으로 올라간다”면서 “입학 시기를 즈음해 함께 교회를 알아보는데 주로 같은 교단 교회를 추천한다. 멀리서도 신앙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담당 리더와 함께 학기 중 전화 심방도 꼭 한다”고 말했다. 백지민 새로남교회 청년부 목사도 “매일 경건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제자 훈련 중심의 목회를 하는 교회로 새내기 청년을 보낸다”며 “평일 중에도 소그룹 모임이 빈번한지 꼭 살핀다”고 전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