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재벌이 보유한 총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게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이 소유한 땅값 역시 15년간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대 재벌경제력 집중 및 부동산 자산 실태’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전자공시시스템에서 2007~2022년 공시내용상 토지·토지부동산 장부가액,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총자산·매출액 등을 조사·분석해 보니 2022년 기준 5대 재벌 총자산은 1324조8000억원으로 GDP(2161조7000억원·2022년 기준)의 61%를 차지했다.
이는 2007년 당시 5대 재벌 총자산이 350조2000억원으로 GDP 대비 32%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15년 사이 총자산 규모가 3.8배 정도, GDP 대비로는 두 배 정도가 됐다. 총 매출액은 2007년 395조8000억원(GDP 36%)에서 2022년 973조6000억원(GDP의 45%)으로 늘었다.
특히 5대 재벌의 토지자산 장부가액은 같은 기간 24조2000여억원에서 71조70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 가장 많은 토지자산을 보유한 재벌은 약 25조5800억원의 현대자동차로 나타났다. 이어 롯데(약 17조4200억원), 삼성(약 13조8500억원), SK(약 8조600억원), LG(약 6조8000억원) 순이었다.
투자부동산은 2012년 9조9000억원에서 2022년 17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가장 많은 투자부동산을 보유한 재벌은 롯데로, 2022년 기준 약 7조를 보유하고 있다.
경실련은 “재벌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은 부정하지 않지만 혁신을 통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보다는 자금력을 활용한 인수·합병(M&A), 토지자산 증식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벌들이 본연의 주력사업보다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통해 몸집을 불려나가고, 세습에 악용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자료 공개와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은 그러기 위해선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에 대해서는 보유 부동산에 대한 건별 주소,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등에 대한 의무적 공시 및 상시적 자료 공개 등을 통해 국민들이 재벌 소유 부동산 보유 실태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