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이틀 동안 코스피가 1.6% 하락했다.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간 크게 오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 가운데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며 주주환원 여력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튿날인 2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2.03포인트(0.83%) 내린 2625.05로 마감했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예고한 지난달 25일 이후 이달 23일까지 코스피는 8% 올랐다. 특히 이 기간 저PBR 종목들로 구성된 KRX 보험과 자동차, 증권, 금융 지수는 20% 넘게 올랐다. 하지만 이틀 사이 이들 지수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정책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데 대한 차익 실현 매물과 함께 기업 자율성에 기댄 정책에 대한 실망이 매도세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은 저PBR주 중에서도 주주환원 여력에 따라 저평가된 우량주를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행과 금융지주의 상승 여력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고, 보험 업종은 구체적 주주환원 방안이 아직 없어 향후 발표를 주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정책 기대감 측면에서 주가가 움직였다면, 이제부터는 장기 관점에서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라며 “금융업 내 가장 우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업종은 은행(금융지주)이다. 보험 업종은 정책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주주환원율은 1년 전보다 3~4%포인트 상승했다. 이들 금융지주는 배당과 자기주식(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율을 30% 이상 달성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구체적인 주주환원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기대감으로만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지난달 25일~지난 23일 흥국화재 주가는 94.2% 급등했고, 삼성생명(52.7%), 한화손해보험(39.8%) 등도 크게 올랐다. 하지만 26~27일 흥국화재는 15.9%, 한화손해보험은 15.8%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저PBR주가 단기간에 레버리지 수급까지 가세하면서 주가가 올라온 만큼 차익 실현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면서도 “정부 정책이 만들어내는 주도 테마는 정책 지속성이 남아있는 한 주도 테마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역대급 주주총회 시즌과 4월 분기 배당 기준일 등을 고려하면 서둘러 주식을 팔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