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메꾸는 간호사…의사 업무 일부 한시적 허용

입력 2024-02-27 16:30 수정 2024-02-27 16:36
전공의 집단 이탈이 일주일 이상 이어진 27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부터 한시적으로 전국 수련병원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의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사전 협의를 통해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해 신속한 진료 공백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범 계획안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장은 이날부터 내부 위원회와 간호부서장 협의를 거쳐 한시적으로 간호사의 의료 행위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간호사에게 법적으로 금지된 행위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사망 진단’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척수마취 시술’ 등은 간호사가 할 수 없다. 또 의료기관장은 간호사에게 협의된 업무 외의 일을 전가 또는 지시해선 안된다.

이번 시범사업 시행 기간은 보건의료 재난경보 ‘심각’ 단계 발령 시점부터 별도로 종료 시점을 공지할 때까지다. 정부는 지난 23일 전공의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 재난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은 새로운 보건의료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를 근거로 한다”며 “참여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의료행위는 민·형사적, 행정적 책임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는다”고 말했다.

앞서 전공의 집단행동 돌입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대부분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의사들의 의료행위 업무를 강제로 떠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20년 전공의 파업 때도 일부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대신했다가 전공의들로부터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