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X” 폭언에 성희롱 한 팀장, 2심서 “해고 정당” 판결

입력 2024-02-26 18:01 수정 2024-02-26 18:07

팀원들에게 성희롱성 발언과 폭언·욕설을 한 팀장에게 회사 측이 내린 해고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2019년 한 데이터베이스 제공 업체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6명으로 구성된 팀원들의 수행 업무와 진행 방향을 정하고, 이들을 평가하는 지위에 있었다.

팀원인 B씨는 2021년 4월 인사팀에 A씨의 폭언 등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회사 법무팀은 팀원 4명, 퇴직한 팀원 2명, 다른 부서 직원 1명 등 총 7명을 조사했다. 이어 징계위원회는 위원 5인 전원 찬성으로 A씨 해고를 의결했다. 업체는 2021년 6월 A씨를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성희롱 등의 사유로 해고 처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팀원들에게 “야 너 미쳤어? 왜 자간을 줄이고 있어?” “미친 거 아니냐” 등의 폭언을 했다. 또 “아이 씨X” “미친 X” 등 욕설을 항상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여직원들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옆트임 치마에 대해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희롱 발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한 직원은 ‘퇴사의 가장 큰 이유’로 A씨를 지목하기도 했다.

A씨는 해고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A씨에 대해 ‘징계권이 남용됐다’며 해고 처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징계 사유는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회사가 A씨에게 2년간 직장 내 언행 등에 대한 지적이나 개선 지시가 없었고, 스톡옵션 행사 시점 11일 전에 해고 징계를 내린 것은 가혹한 제재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에 대한 해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는 지난 23일 원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위 행위 정도가 매우 중대하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계 절차 및 결과에 대한 존중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행위가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이 각각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수 직원들이 A씨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아왔다”며 “직장 내 괴롭힘은 다른 근로자의 근무태도에 악영향을 주고, 사용자는 가해자를 피해 근로자들과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가 이를 방치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들의 사기와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뿐 아니라 회사가 피해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