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의료현장에서 환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역에선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을 찾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고, 서울에선 공공병원에서조차 항암치료가 밀리고 있다.
26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80대 여성 A씨가 구급차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진 뒤 병원에 도착해 사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씨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실을 찾기 위해 지역 내 병원에 연락을 돌렸지만, 병원들은 병상·전문의가 없고 중환자를 진료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A씨를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수용 불가를 통보한 병원의 수만 7곳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약 53분 만에 지역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응급실 뺑뺑이’는 아니었지만, 전화를 돌리는 중 심정지가 왔다”면서 “응급실 7곳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한 것은 맞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의식 저하와 마비 증세를 겪은 50대 남성도 대전 내 병원 6곳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 경련을 일으킨 40대 남성도 이 지역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고 37분 만에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대전의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총 2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말 사이에만 18건의 지연 이송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내 공공병원도 수술과 입원이 밀리고 있다. 26일 암 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외래 진료나 항암 치료, 수술이 연기됐다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심지어 공공병원인 국립암센터에서도 수술이 미뤄지고 있다는 호소문도 올라왔다. 암센터를 비롯한 국립중앙의료원, 경찰병원 등 공공병원에서도 일부 전공의가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암센터에서 어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는 보호자는 온라인 카페에 “원래 다음 주 수술인데 2~3주 더 미뤄졌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이 보호자는 “한 차례 미뤄진 수술날짜가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며 “너무 답답하고 속상하고 울화통이 터질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가 난소암 투병 중이라는 보호자도 글에서 “복수가 차서 검사를 받았더니 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 16일째고, 겨우 첫 외래 진료를 앞두고 있는데 너무 불안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공의가 대거 이탈한 대형병원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20일 서울성모병원 입원이 예정돼있었지만 무기한 일정이 미뤄진 췌장암 환자 보호자는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며 모친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보호자는 “아직도 병원에서 전화가 없다”며 “병원에 연락하면 파업 때문에 입원이 계속 밀리고 있다는 말뿐이다. 수술 후 7차 항암을 기다리는 모친이 뉴스만 계속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대전=전희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