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살인범 공개처형… 피해자 유족이 방아쇠 당겨

입력 2024-02-23 16:04 수정 2024-02-23 17:09
탈레반 병사들의 모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AP 뉴시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시민 수천명 앞에서 살인범 두 명을 공개처형했다. 살인 사건 피해자의 유족이 직접 형 집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23일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전날 오후 1시쯤(현지시간) 아프간 남동부 가즈니의 축구 경기장에서 살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 두 명을 총살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형 집행 당일 경기장은 공개처형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형 집행 전 아티쿨라 다르위시 대법원 당국자는 사형 집행 영장을 낭독하며 “이 두 사람은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법원에서 2년간의 재판 끝에 사형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또 “탈레반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유죄 판결에 따른 사형 집행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종교학자들은 피해자의 유족에게 사형수들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유족은 이를 거부했고 사형이 집행됐다.

유족들이 직접 사형수를 총으로 쐈으며, 이후 구급차가 시신을 수거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병사들이 아프간 장악 2주년을 맞아 축하 행진하고 있다. AP 뉴시스

탈레반에 따르면 이날 처형당한 2명은 사이드 자말과 굴 칸이라는 남성이다. 사이드는 2017년, 굴은 2022년 각각 흉기를 사용해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인권단체 라와다리는 고문과 강제 자백, 무죄 추정 원칙 위반과 같은 불공정 수사와 재판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유엔 역시 형 집행 이후 인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사형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탈레반이 사형제 폐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형 유예 제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재집권 후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법으로 도입했다.

특히 2022년 아쿤드자다가 판사들에게 “절도, 납치, 선동 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한 후 샤리아의 모든 조건에 맞으면 후두드(hudud)와 키사스(qisas)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샤리아에 따른 형벌이 본격 시행됐다.

후두드는 살인·강도·강간·간통 등 중범죄에 대한 이슬람식 형벌로 참수·투석·손발 절단·태형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사스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의미의 비례 대응 개념이다.

탈레반이 재집권 후 공개처형을 실시한 것은 2022년 12월과 2023년 6월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