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브라질에 2032년까지 11억 달러(약 1조4600억원)를 투자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각축장으로 떠오른 브라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먹거리’로 보고 있는 수소 사업 확대를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 브라질 법인과 현지 파트너사들이 수소 등 친환경 분야, 미래기술 등에 2032년까지 1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은 현대차그룹의 유일한 중남미 생산 거점이 위치한 곳이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 축구장 184배인 139만㎡ 규모의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장에선 연간 22만여 대의 차량이 생산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질 자동차유통연합회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브라질 시장에서 18만6019대를 판매해 10.8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체 완성차 업체 중 4번째에 해당한다.
현대차가 브라질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브라질의 친환경 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은 지난해 12월 탈탄소 부문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총 190억 헤알(5조1000억원) 규모의 감세 및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MOVER)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투자처로 급부상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와 폭스바겐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 도입이 더디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통해 신흥 친환경 차량 격전지로 떠오른 브라질 시장에서 세를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아이오닉5, 코나 일렉트릭 등을 투입한다. 기아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EV5도 출시해 브라질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한다. 브라질 현지에 최적화된 하이브리드 혼합연료차량(FFV) 전용 파워트레인도 개발할 예정이다.
수소 기술을 활용한 사업기회를 모색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개최된 CES 2024에서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현대차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에는 현대모비스의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 일체를 인수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단순히 자동차 판매뿐만 아니라 브라질과 함께 동반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며 “수소 및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여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친환경 수소분야와 기술 등에 투자할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성장하고 있는 중요한 기업”이라고 화답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상파울루대학 카를로스 길베르토 칼리로티 주니어 총장과 만나 “브라질 대학들과의 공동 연구 및 인재 육성을 위해서도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