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귀한 존재입니다.’ 이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세상은 상대적인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깁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생각했지요.”
22일 오후 강원도 인제 육군 제12사단 포병여단 예하 을지포교회(고광석 목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군 선교팀을 담당하는 황규현 목사가 간증을 나눴다. 황 목사는 “하나님은 저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제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며 “귀하다는 그 한마디의 힘을 나누고 싶다. 여러분의 귀한 헌신으로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가족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황 목사를 주위로 둘러싼 군복 입은 청년 20여명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육군 제12사단 곳곳에는 삼일교회 군 선교팀의 위문 행사가 진행됐다. 2030세대 70여명으로 구성된 선교팀은 팀별로 5~10명으로 나누어 10여곳의 창끝 부대를 2박 3일간 방문한다. 다수의 인원이 한 곳을 방문해 위문하는 여느 군 선교와는 다른 모습이다. 청년이 또래의 청년인 군 장병을 효율적으로 위로하고 독려하기 위해 소모임 형식으로 최적화한 것이다.
황 목사는 기자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는 군 선교의 첫 번째 목적을 공감과 이야기에 두고 있다”며 “복음을 은은하게 전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세대가 교회에 기대하는 소망의 키워드가 ‘위로’와 ‘성경’으로 나타난 한 통계 결과를 고려할 때 이같은 소그룹 형식의 선교가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위문 행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자연스레 전한다는 취지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장병들은 교회가 준비한 가위바위보를 비롯해 노래 맞추기와 물병 세우기, 몸으로 말해요 등의 게임들을 즐겼다. 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은 예능 프로그램을 방불케 했다.
이어진 2부 행사에서는 다과회가 마련됐다. 다과회 역시 소그룹으로 진행됐다. 군 장병 5명마다 선교팀원 1~2명씩 붙어 이야기를 나눴다. 각각의 조에서는 사전에 준비한 질문 카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거나 기도 제목을 공유하기도 했다. 팀원 자신의 신앙 간증을 나누는 곳도 눈길을 끌었다. 장병들과 둘러앉은 김화원(28)씨는 “당초 저는 교회를 안 다녔고 기독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교회는 중국에서 생활했던 저에게 한국인이 그리우면 찾는 곳이었다”면서 자신의 신앙 여정을 풀어갔다.
서다혜(28)씨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일화를 소개했다. 서씨는 “손흥민은 독일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토트넘으로 넘어왔을 때 팀 적응에 힘들어했다”며 “당시 포체티노 감독은 그런 손흥민에게 한국말로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고 말했다. 그렇게 팀에 적응한 손흥민은 월드클래스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간혹 군 생활하며 지칠 때도 있겠지만, 이는 하나님이 여러분을 놀라운 계획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단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참석한 장병들은 이번 위문 행사가 휴식시간과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에 참여한 한 장병은 “이번 행사는 전우들과 화합하고 위로받는 귀한 시간이었다”며 “오늘의 소중한 추억을 원동력으로 앞으로도 굳건하게 나라를 지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휴가를 반납하고 군 선교에 동참했다고 밝힌 강형원(31)씨는 “장병들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좋아해 주니 되레 섬김을 받는 듯했다. 앞으로도 군 선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인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