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하며 ‘주독야집’…‘결단의 고백’까지, 새내기 신학도 새출발 현장을 가다

입력 2024-02-21 16:31 수정 2024-02-21 16:37
백석대 신대원 신입생과 교수들이 21일 충청남도 천안 백석대 백석홀에서 열린 영성수련회에서 찬양을 하는 모습.

신학교 입학을 앞둔 새내기 신학도들이 출발선에 섰다. 신입생들은 기도와 말씀 읽기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고 교수와 선배들은 축복으로 미래의 목회자를 맞았다.

21일 충청남도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 백석홀에서는 200여명의 학생들의 성경 읽기가 한창이었다. 백석대 신대원이 자랑하는 ‘신입생 영성수련회’가 14일부터 열흘간 천안과 서울 캠퍼스에서 진행 중이다.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행사는 신입생들이 합숙하며 새벽과 밤에는 부흥 집회를, 낮에는 말씀 통독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재학생을 포함해 주간 200명 야간 100명이 수련회에 참여했다. 열흘간 성경 66권을 통독하는 빠듯한 일정이지만 신학의 길에 들어서는 신입생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가자인 신입생 김승주(26) 전도사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씀을 읽다 보면 졸릴 때도 있고 중간중간 흐름을 놓치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신학 공부에 앞서 성경의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2년 전 이 수련회를 경험하고 올해 봉사자로 참여한 원우회장 이성전(35) 전도사도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이 전도사는 “신대원 신입생 수련회를 2주씩 하는 학교는 백석이 유일하다”며 “헬라어나 히브리어부터 배울 수도 있지만 먼저 기도와 성경으로 무장하고 그것을 신학교 공부의 기본으로 삼는 것이 백석대 신대원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성경 읽기와 뜨거운 기도는 백석대 신대원이 신학적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개혁주의 생명신학’과도 연관이 깊다. 이춘길 백석대 신대원 교목실장은 “학생들이 신학이라는 학문에만 얽매이지 않고, 기도와 말씀 읽기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영성을 확보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백석대 신대원 신입생과 교수들이 21일 충청남도 천안 백석대 백석홀에서 열린 영성수련회에서 찬양을 하는 모습.

열흘간 학생들이 사용하는 숙소와 식사, 교제, 간식 등은 모두 학교가 무상으로 제공한다. 곽인섭 백석대 신대원 교목본부장은 “지금은 신입생이지만 후에 영혼을 살리는 목회자가 될 사람들”이라며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학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89명의 신대원 교수들이 열흘간의 수련회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학생들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은 다른 신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곽 본부장은 “교수들도 매년 이 시간을 함께하면서 학생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질 뿐 아니라 영적인 상태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장신대 신대원 재학생들이 20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에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신입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박윤서 인턴기자

20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장신대·총장 김운용 목사)에서는 학부생과 신대원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마련됐다. “내가 너로 인하여 기뻐하노라,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 장신대 정문 언덕에 늘어선 신대원 재학생들은 ‘신대원 120기 신입생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찬송가 ‘당신을 향한 노래’를 불렀다.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된 한경직기념예배당에서는 학우회와 학생회가 신입생의 등록과 접수를 도왔다. 환영의 의미로 텀블러, 세면도구, 간식, 안내 책자 등이 담긴 작은 쇼핑백도 전달했다.

연단에 오른 김운용 장신대 총장은 신입생들에게 클레멘트 오웬 선교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가슴 벅찬 부르심’을 이야기했다. 김 총장은 “가슴 뛰는 부르심을 위해 여러분은 무엇을 걸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하나님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르는지, 가리키는 곳이 어딘지 이 동산에서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입생들의 결단 시간이 이어졌다. 이들은 ‘8가지 결단의 고백’이라는 선언문을 낭독했다. 선언문에는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부르심을 따라 힘차게 달려갈 것’과 ‘성실함과 열심을 품고 신학교에의 시간을 선용할 것’, ‘경건과 학문의 길이 하나님의 나라와 교회를 위한 일인 줄 알고 최선을 다해 감당할 것’, ‘진실함과 거룩함으로 소명의 길을 감당할 것’, ‘경건 생활과 학문의 진보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장신대 신대원과 신학부 신입생들이 20일 서울 광진구 장신대에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결단의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박윤서 인턴기자

천안=글 사진 손동준 기자, 박윤서 인턴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