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회사’로 유명한 유한양행이 최근 회장직 신설을 추진하면서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유한양행 회장직 신설? 욕심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A씨는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님은 독립운동가이면서 본인이 주인인 유한양행을 자식에서 물려주지 않고 함께 고생한 직원들 또는 유한양행의 정신에 걸맞은 그 누군가가 회사 사장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생을 마감하셨다”며 “그 후광효과로 인해 2년 후 유한양행은 100주년을 맞이한다. 이러한 유한양행에 도둑놈이 있어 제보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정관까지 변경해 사장을 역임한 후 의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었고 이젠 의장 자리도 모자라 회장 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개탄스럽다”며 “힘없는 직원이지만 이렇게라도 막아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A씨는 “현재 그(의장)는 본인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 있는 자회사 유한건강생활(뉴오리진) 상장을 위해 유한양행을 통해 각종 작업을 하고 있으며 퇴직금 등으로 꾸준히 유한양행 주식 등을 매입하며 본인 입지를 키우고 있다”며 “3월 15일 주주총회에서 이번 안건이 통과되면 직원으로서 좌절할 일이며 유일한 박사님께서 곡할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곧 창립 100주년을 맞는 유한양행의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회사를 경영할 때 가족을 높은 직위에 내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인척을 배제한 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운영을 맡겼다. 자신의 주식 역시 모두 학교에 기증했다. 1939년에는 국내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도입, 본인 소유 지분 52%를 사원들에게 나눠줬다.
유한양행에서 회장직은 1995년 이후 30년 가까이 없었다. 현재까지 평사원 출신 부사장 중에서 전문경영인을 선출해 왔다. 그런데 다음 달 1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주요 안건으로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을 올린 상황이다.
유한양행 측은 언론에 “정관에 토대를 마련했을 뿐 당장 특정인을 회장이나 부회장을 선임하겠다는 건 아니다”며 “예전에 비해 회사 규모가 커지기도 했고 임원이 많아지면서 직급 체계를 더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겼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