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입틀막’ 졸업생 “사지 붙들려 나가…사실상 감금되기도”

입력 2024-02-19 14:55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졸업생인 신민기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졸업식에서 강제 퇴장당한 것과 관련해 19일 오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항의하다 강제로 퇴장당한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대통령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과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은 19일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당시 ‘사지가 붙들려 연행됐다’고 표현한 신 대변인은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갈 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졸업식장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온다는 사실을 듣고는 ‘부자감세 철회하고 삭감된 R&D 예산을 원상복구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제작했다”며 “하지만 당일 행사장에 온 것은 윤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R&D 예산 복원하라’ 고 외쳤다”고 말했다.

신 대변인이 소리를 지르자마자 경호원들이 피켓을 빼앗고 입을 막은 채 끌고 나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안경이 날아가고 마스크 줄이 끊겼다고도 했다.

그는 “끌려나와 행사장 밖 별실로 이동했더니 ‘법을 위반했고 사람을 선동할 수 있는 행동을 했으니 경찰조사를 받아야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경호원이 문 밖을 지키는 곳에서 30여분을 대기한 뒤 유성경찰서로 연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별실에 사실상 감금한 것이다. 내가 했던 행동이 업무방해라면 누구에 대한 업무방해인지, 내가 어떻게 업무방해를 했는지, 그게 표현의 자유로는 용납되지 않는 수준의 범법행위였는지 묻고싶다”며 경찰서에서 녹색정의당 당직자들을 만나게 해달라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석방을 진행했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한 부자감세를 지적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항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예산 삭감으로 직격탄을 맞은 각계각층 인물들과 만나면서 피해 사례를 접했는데, 그 모든 사안의 중심에 부자감세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분들이 내가 끌려 나가는 장면만 보고 피켓의 내용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단순히 삭감된 R&D 예산만을 살려달라고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며 “예산이 줄면서 분야별로 큰 피해를 입은 많은 분들을 알게 됐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회 초년생들, 대전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장애인 등 다양한 피해자들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 중심엔 부자감세가 있었다. 부자감세를 할 땐 여야가 따로 없었다”며 “정부가 사과해야 하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하고, 책임을 다 하지 못한 민주당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취업준비생인 만큼 신 대변인은 이번 일 때문에 취업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고민스럽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그는 “취업을 앞둔 상황에서 이 행동이 불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지금까지 과학도로 살아온 삶이 무산되지 않을지 많이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은 “이번 폭력사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자감세 철회와 R&D 예산 복원을 위해서도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