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당한 카이스트 졸업생 “피켓이 위해? 납득 못 해”

입력 2024-02-19 12:39 수정 2024-02-19 13:20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윤석열 대통령에 항의하다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뉴시스

지난 1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강제 퇴장 조치된 당사자이자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인 신민기씨가 라디오에 나와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신씨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제 퇴장을 당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구두 경고 같은 건 전혀 듣지 못했다. 제가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경호원들이) 피켓을 빼앗고 입을 막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후 경찰서로 인계되기 직전까지 감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에 저를 행사장 근처 별실에 대기시켰는데,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었다”며 “경호원분들이 방에서 대기해 달라고 하고 앞에서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그렇게 계속 대기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다 경호원들에게 강제 퇴장당했다. 당시 신씨는 윤 대통령 축사 도중 연단을 향해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고 소리쳤다. 이어 “R&D 예산 복구하라, 부자 감세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신씨는 ‘경호 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졸업생 전원이 입장 대기 때부터 금속 탐지와 소지품 검사를 받았다”며 “저는 농구코트 2개 이상 크기 되는 실내체육관 중간줄 맨 구석에 앉아 있었고,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기 때문에 어떤 위해를 가하거나 행사를 중단시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제가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한 것에 대해 행사장에서 분리 조치를 할 만큼 제가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신씨는 이번 행동이 소속된 정당과는 무관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피케팅은 제가 있는 녹색정의당이나 다른 단체랑 전혀 계획한 바 없다. 개인적인 행동이었다”며 “졸업생의 입장에서 그 장소에서밖에 말할 수 없는, 꼭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평소의 생각을 외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졸업식 항의를 벌인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R&D 예산 삭감으로) 피해를 안 본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연구 현장이 타격을 크게 입었다”며 “과제 예산이 20%에서 80%까지 삭감돼서 연구실에서는 재료비와 운영비를 줄이든지 대학원생 인건비를 줄이든지 2지 선다를 강요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계속해서 R&D 예산 삭감을 반대했고 또 부자 감세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항의할 기회는 전혀 얻지 못하고 졸업식에서까지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자화자찬을 듣는 입장이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