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이 사직서를 내며 소아청소년과의 어두운 전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의 사직은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집단행동이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고충과 피로감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신촌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이라고 소개한 글이 화제가 됐다. 글쓴이 A씨는 4년차 전공의다. 그는 “타과를 지원하다가 떨어져서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것도 아니고,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되고 싶어서 선택했고, 3년5개월 동안 전공의 생활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했다”며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선택하겠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해 왔다”고 밝혔다.
A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현재 임신 중인 임신부이기도 하다. A씨는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는 대한민국 소위 빅5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중 올해 유일하게 전공의 티오가 차지 못한 곳”이라며 “교수와 강사들이 전공의의 빈 자리를 메꾸며 이제는 정말 모두 지쳐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증원을) 500명을 하든, 2000명을 하든 의대 증원 정책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전했다.
A씨는 “소아청소년과는 인력 부족이 극심하기 때문에 임산부 전공의도 정규 근무는 당연하고 임신 12주차 전, 분만 직전 12주 전을 제외하고는 기존 당직근무에 그대로 임한다”며 “태교는커녕 잠도 못 자고 컵라면도 제때 못 먹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5000명의 의사를 배출한들 그중에 한 명이라도 저처럼 살고 싶은 의사가 있을까요?”라며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지원자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돈 못 버는 호구 소리를 들어도, 힘든 현실에서도 그만두지 않고 소아청소년과 트레이닝을 지속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제껏 제 앞에서 떠난 아이들의 마지막 눈빛 때문이었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제 마음속에 무겁게 자리해 ‘꼭 제대로 된 실력 있는 소아과 의사가 돼야 한다’고 오뚝이처럼 저를 세워 왔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A씨도 사직을 결심했다. 그는 이번 사직이 ‘개인적 사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파업을 하더라도 (합의가 되면) 의대 증원 수만 줄어들지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해 무너지고 있는 필수의료과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마련되지 않을 것 같고 의사가 환자 목숨보다 자기 밥그릇을 중시한다는 비난을 더는 견디기 괴롭다”고 토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