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있었다면”… 이강인 하극상에 ‘2002년 그리움’ 물씬

입력 2024-02-20 00:02 수정 2024-02-20 01:15
커뮤니티 캡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을 폭행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일어난 공분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2년 ‘4강 신화’를 그리워하는 ‘붉은 악마’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시에도 선수 간 마찰이 없던 건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존중이 앞선 팀워크 덕에 월드컵 4강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일 스포츠계에 따르면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이천수는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내홍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천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리춘수’를 통해 “선수들 간의 불화설이 나온 점에 대해 솔직한 얘기로 조금 마음이 아팠다”며 “기사로만 보면 ‘뭔가 몸싸움도 있었다’ 여러 가지 추측성 말들이 많다. 근데 이런 거 나온 자체가 솔직히 저는 좀 안 나와야 할 게 나왔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어찌 됐든 동방예의지국이라 선후배 관계가 조금 크잖냐”고 말했다.

이천수는 “어릴 때부터 (나도) 대표팀에 있었지만 나에게 ‘되바라졌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선후배 간의 나이 차도 많았지만 그래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불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국가대표 선수였을 당시에도 팀원 간 마찰이 없었던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제가 처음에 외국 나갔을 때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형인데 반말하고 하는 것에 대해 많이 마찰이 생겼다”면서도 “근데 요즘 우리나라 선수들도 외국 나가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조금 우리 때하고 다른 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천수가 2002년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주장 파올로 말디니의 뒤통수를 가격하고 있다. 커뮤니티 캡처

이천수는 “당시 16강 진출에 성공하고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해이해져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단을 불러놓고 ‘쌍욕’을 했다. ‘너네에게 실망했다’는 식으로 엄청 뭐라 했다”며 “그때 선수단 분위기가 바뀌었고 그래서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이긴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잡아주는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변화한 것이다”며 “클린스만 감독은 입만 살아서 우승한다고 말만 했지 전술도 안 보였고 결국 이틀 만에 튀었다. 시스템을 바꾼다고 했는데 뭔 시스템을 바꾸냐. 자신의 시스템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천수는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당시 주전으로 나섰던 선수다. ‘동아시아 약팀’으로 인식됐던 한국이 유력 우승 후보인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달아 격파하며 준결승전까지 올라가는 쾌거를 이뤘다. 경기 당일이면 전국 곳곳에서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붉은 악마’들이 선수들을 응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대표팀을 지휘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선·후배간 엄격한 서열을 깬다며 서로에게 반말을 하도록 지시해 화제가 됐다. 이때 이천수가 팀 최고참이자 주장이던 홍명보에게 “명보야 밥 먹자”고 직격한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

한편 이강인은 본인이 아시안컵 4강전 전날 ‘탁구를 치지 말고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는 손흥민 지시에 격분해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손흥민은 “인생에서 최고로 힘든 한 주였다”고 토로했지만, 폭행 사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