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에게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붙어 다닐 듯 하다. 경질 이후에도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부진은 선수탓을 하는 행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에 이어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까지 거들고 나섰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코리안 더비’에 출전한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은 별다른 활약 없이 침묵했다.
대표팀 주축을 이뤘던 해외파 선수들은 선수단 내분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4일 만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5라운드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 모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그러나 평소 컨디션은 아니었다. 손흥민은 풀타임, 황희찬은 88분을 소화했음에도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특히 손흥민은 단 한 차례의 슈팅도 작성하지 못할 만큼 부진해 경기 후 팀 내 최하점을 받아들었다. 직전 브라이턴전에선 결승골 어시스트를 올렸지만, 이날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주를 보냈다”고 털어놓았던 인터뷰 대로 경기 내내 굼뜬 움직임을 보였다. 울버햄프턴에 1대 2로 패한 토트넘은 승점을 획득하지 못하며 5위로 밀려났다.
한편 클린스만은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끝까지 뻔뻔했다. 그는 전날 독일 매체 슈피겔을 통해 “스포츠(경기) 측면에서 보면 성공적인 결과였다. 최고였다”고 아시안컵을 돌아봤다. 대회를 분석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돌연 미국으로 향한 이유에 대해선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설날이었고 아무도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클린스만과 함께 짐을 싼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는 대놓고 선수들을 탓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매체에 기고글을 써 “감정적인 주먹다짐은 당연히 팀 정신에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가 수 개월 힘들게 쌓아 올린 모든 게 몇 분 만에 박살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몇 달은 언론이 부정적인 것을 찾으려 하면 반드시 찾아낸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국내 언론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