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팀장의 폭언과 업무 전가로 이직을 결심한 A씨는 다른 회사 면접을 봤다. 이 사실을 안 팀장은 A씨를 불러 “업계 평판을 박살내겠다”며 협박했다.
#2. 자동차 판매 대리점 소장의 폭언 등에 항의하는 건의사항 서류를 만든 B씨. 그는 대리점 협회 규정에 따라 취업 제한 기간(1년)이 끝난 후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블랙리스트에 걸려 있어 입사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원의 취업 방해 및 취업 방해를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게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18일 관련 제보 사례를 공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규정이 이렇지만 현실에선 많은 직장인이 블랙리스트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 신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프리랜서, 특수고용 노동자는 블랙리스트로 불이익을 받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 대응을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물류센터 노동자 1만6450명의 채용을 막고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문건엔 이름과 근무지, 생년월일 등의 개인정보와 함께 퇴사일, 사유, 노조 직함 등이 적혀있다. 재취업 제한 사유 항목에는 폭언·모욕·욕설, 도난·폭행 사건, 스토킹 등 사유와 퇴사 이유 등이 적혀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를 못하게 하는 수단으로 취업 방해 협박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지난해 12월 직장갑질119에 “부장에게 팀장의 괴롭힘 사실을 털어놓자 오히려 ‘이 학교에서 그만 일하고 싶냐’ ‘이 업계에서 일하고 싶지 않냐’라는 말만 들었다”며 “이 말을 듣고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면담 내용을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제보했다.
다른 제보자도 “괴롭힘을 신고하며 사직 의사를 밝히자, 사측에서는 저를 다그치며 소송이라도 할 듯 겁줬다”며 “‘업계도 좁고 포지션도 넘나들기 때문에 이직 후에 평가가 좋을 것 같으냐’ 등 신고자가 이직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할 듯 위협을 해왔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는 “취업방해금지법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돼야 한다”며 “블랙리스트 작성·운영은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름으로 허용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