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이어 형제복지원 수용’ 한많은 피해자…“국가가 3억 배상”

입력 2024-02-16 15:27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뉴시스

부마민주항쟁 당시 불법 체포·구금된 뒤 삼청교육대와 형제복지원에 잇따라 끌려간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A씨(67)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부마민주항쟁 당시 불법 구금과 삼청교육대, 부산 형제복지원 수용 등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모두 인정하고, 국가가 원고에 지급할 배상금으로 3억원을 산정했다.

A씨는 1979년 10월 유신독재에 반대해 부산과 마산을 중심으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 당시 부산 국제시장 인근에서 불법 시위에 동조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약 2주 동안 구금됐다가 석방됐다.

A씨는 이듬해 1980년 또다시 경찰에 붙잡혀 삼청교육대에 수용됐다. 삼청교육대에서 한 달간 가혹행위를 당하고 퇴소했다.

그러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1983년부터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강제노역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약 3년 뒤인 1986년 10월 탈출했다.

이 부장판사는 “부마민주항쟁 기간 중에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시위에 동조한 혐의로 불법 체포돼 구금됐다”며 “A씨에 대한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비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어 A씨가 삼청교육대에 수용된 사실에 대해 “가혹행위를 당하며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공무원이 공권력을 남용한 위법한 직무 행위”라고 말했다.

형제복지원 수용에 대해선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 속에서 생활하고 강제노역에 동원되며 신체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행복추구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하게 침해당했다”며 “국가는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던 A씨나 가족이 겪었을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국가기관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을 해하는 불법행위가 저질러졌음에도 장기간 피해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이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약 204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21일 국가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1심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