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클린스만 전격 경질… ‘이강인 하극상’ 결정타?

입력 2024-02-16 14:50 수정 2024-02-16 15:01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일정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오늘 임원 회의에서 어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내용을 보고 받아 의견을 모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전날 전력강화위에서 나온 감독 교체 건의를 받아들이며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해 2월 말 부임한 뒤 만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한국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클린스만은 축구 선수로서는 세계적인 스타였으나 지도자로서는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올해 아시안컵에서 한국 팀이 약팀을 상대로도 졸전을 거듭하며 전술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올해 국가대표팀의 경우 손흥민 등 해외파 선수들을 앞세운 ‘역대급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시안컵 4강 탈락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조별리그에 이어 4강전에서 두 번째로 만난 요르단과의 경기에서는 ‘유효슈팅 0개’라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대회를 마친 클리스만이 지난 8일 귀국한 지 이틀 만에 거주지인 미국으로 떠난 점도 비판 여론을 키웠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날 전력강화위에 화상으로 참석해 ‘전술 부재’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되레 ‘선수단 불화’가 준결승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세간에 알려진 대표팀 선수 간 내홍도 클린스만의 지도력에 대한 의심을 키웠다. 영국 매체 ‘더 선’과 국내 언론 등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은 ‘시합 전날 탁구를 치지 말고 식사를 하자’는 손흥민 지시에 격분해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강인에게 폭행당한 손흥민은 이후 몸싸움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손가락 탈구 부상을 입었고 이 상태로 4강전에 출전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클린스만이 경질되며 대표팀은 격변의 시기를 맞게 됐다.

우선 새 사령탑으로 누구를 선임할지가 최우선 과제다. 당장 오는 3월 21일에는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가 있다. 이때까지는 국내 지도자가 임시 감독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A매치 개막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선수 간 갈등이 원만하게 봉합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이강인은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제가 형들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실망시켜드려 팬들게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정작 손흥민에 대한 미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24시간 뒤 자동 삭제되는 ‘스토리’를 통해 사과했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일었다.

정 회장은 “월드컵 예선을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바로 착수하겠다.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도 선임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