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법관 증원’ 절실… 법정구속 공정하게 보여야”

입력 2024-02-16 14:39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제공

조희대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 문제는 법관 증원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며 국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견 법관들의 법원 이탈 추세에 대해서는 처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부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법원이 장기적으로 재판지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법관 증원이 절실하나 국회도 논의만 하고 있고 통과는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법관 정원은 2014년부터 10년째 3214명으로 묶여있다. 법관 정원을 2027년까지 3584명으로 370명 늘리는 ‘판사정원법’ 개정안이 국회 제출돼 있으나 여야가 이견을 보이면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판사 정원을 늘리려면 검사 수도 늘려야 한다는 여당, 판사만 늘리자는 야당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5월 29일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판사 수를 늘리는 법안은 폐기된다.

조 대법원장은 “21대 국회에서 판사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획재정부와 처음부터 다시 협상해야 한다”며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의 허리급 고법판사의 대형로펌행이 늘어나는 등 법원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보수 인상 등 법관 처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벨기에, 싱가포르, 영국 등 법관 보수를 인상해 인력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거론하며 “제가 판사될 당시만 해도 다른 직역에 비해 보수가 높았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들이 몇년 재판업무에 매달리다 보면 체력적 한계에 부딪히고 로펌들의 영입 제안도 받다보면 인간이기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면서 “힘들지만 여기 남아있는 게 낫겠다는 요인을 주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법부가 여러 정치적 사건을 판결하며 논란에 휘말리는 상황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야 눈치를 보거나 국민 여론과 관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담담히 판결문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이 자꾸 이런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까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며 “정치와 관련된 국회의원 선거무효 등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1심을 담당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최근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 구속되지 않아 일반 사건과의 형평성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구체적 사항을 놓고 말하면 오해 소지가 있다”며 “이것들과 별개로 이 문제(구속 제도 형평성)를 여러 각도에서 꼭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판결문 전면 공개를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알 권리가 중요하고, 법관들도 가장 긍지를 느끼는 게 판결”이라며 “대한변호사협회, 언론 등과 (판결문) 공개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