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대형 병원을 타깃으로 또다시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수많은 피란민이 대피해 있는 마지막 남은 대형 병원을 기습했다는 건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각오했다는 의미다. 명분으로 제시했던 인질 구출까지 실패하면서 국제사회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가자지구 ‘마지막’ 대형 병원 습격
AP·로이터통신 등을 종합하면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가자지구 칸 유니스 시내의 나세르 병원을 습격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성명을 발표해 “하마스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거나 사망한 인질의 시신이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병원 내부에서 정밀하고 제한적인 작전을 펴고 있다”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에 공개된 SNS 동영상을 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병원 내부는 큰 폭발이 발생한 듯 연기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NYT는 “병원은 혼란과 공포, 자동 총소리와 폭발음, 비명으로 가득 찼다”고 설명했다. 환자를 대피시키는 의료진의 모습도 영상 카메라에 포착됐다.
BBC가 확인한 이미지에도 의료진이 환자들을 들것에 들고 연기와 먼지가 자욱하거나 천장이 파손된 복도에서 급히 움직이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IDF 진입 직전 피란민이 가구와 집기를 문 앞에 놓아 막는 장면이 확인된다. IDF는 기습 작전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테러 용의자 수십 명을 체포, 구금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아슈라프 알 키드라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이 산부인과 병동에서 수색 작전을 폈다고 말했다. 여러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알키드라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병원 측에 200명 가까이 되는 환자와 95명의 의료진, 이들의 가족과 동반자, 피란민 170여명을 음식도 없이 수용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나세르 병원의 외과의사인 칼레드 알세르 박사는 “병원에는 환자만 8000명이 머물고 있다. 이 중에는 팔다리를 다쳐 움직이기 힘든 중상 환자들도 있다”고 증언했다.
인질 구출 실패… 美 통제 벗어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이 나세르 병원에서 인질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명분으로 제시했던 ‘인질 구출’을 해내지도 못하면서 결국 민간인 피해만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호단체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나세르 병원 공격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의 이번 군사작전으로 여러 명이 죽거나 다쳤다”며 “아직 병원 안에 있는 의료진과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 공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CNN은 병원 의료진을 인용해 탈출하려 했던 8명이 총격을 받았으며, 부상자 중에는 병원 입구에서 총 4발을 맞은 16세 소년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스라엘의 무리한 군사작전과 가자지구 남부 라파 침공 문제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이 관계가 매우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수위가 미국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국 정부 간 충돌이 수면 위로 표출됐다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WSJ은 “이스라엘의 라파 침공이 임박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관계가 비등점에 이르렀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가장 가까운 중동 동맹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분석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