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6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김 부부장의 전날 담화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야시 장관은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북한과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수 있도록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는 이를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노력해 오고 있다”면서도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그 이상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향후 교섭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발언을 삼가겠다”고 했다.
하야시 장관은 다만 김 부부장이 ‘납치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일본은 북일평양선언에 기초해 납치와 핵·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일평양선언은 2002년 9월 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뒤 발표한 선언이다. 국교정상화 회담 추진과 과거사 반성에 기초한 보상, (납치 등) 유감스러운 문제의 재발 방지, 핵 및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관계 구축까지 총 4개 항이 담겼다.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과 북·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등 자국민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돼 12명이 북한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12명 중 8명이 사망했고 4명은 아예 오지 않았다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부부장은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털어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 (기시다) 수상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두고 한·미·일 협력을 흔들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해석했다. 교도통신은 16일 “김 부부장 담화는 북한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했다”며 “한·미·일 협력 강화에 강하게 반발하는 북한이 일본에만 대화의 추파를 던져 3개국 체제를 동요시키려는 생각이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산케이신문도 “북한은 올해 한국과 평화통일 노선을 포기하고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며 “일본에 대한 융화 자세를 시사해 한·미·일 협력을 분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