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에너자이저(ENERGIZER) ‘열(熱)’

입력 2024-02-16 09:36 수정 2024-02-16 09:44

심동철
예수인교회 안수집사/상공인전도대장
칼럼리스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총동문회 명예회장

엄동설한과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전쟁 같은 설상가상의 극한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제일 필요한 4가지를 꼽으라고 하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물과 산소과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원, 그리고 희망일 것이다.

특히 엄동설한에서 전쟁이나 지진으로 붕괴된 잔해 속에서는 체온이 1도만 낮아져도 신체에 온갖 질병을 일으킬 염증지수가 수십배로 증가하고, 결국 저체온증이 72시간 이상 방치되면 사망에 이르기 마련이다.

우리 영혼도 신체와 마찬가지다.

한 순간에 치명적인 실족으로 깊이 모를 심연의 크레바스에 빠지면, 소망이 사라져 두려움이나 우울감으로 영적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창 밖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편으로는 굉음을 일으키며 초고속으로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는 ‘4차 산업혁명’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과 기근과 역병과 재난이라는 예측치 못하는 ‘4중 위기’가 마치 불의 고리대 2개의 지각판이 곧 충돌하려는 형국이다.

어느 누구도 '영끌'하며 몸부림쳐도 ‘내적 3불’(불확실, 불안, 불신)을 종식시킬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십 수 년 전에 실패 후 인생지하 벙크에서 칩거하면서 접한 실상과 환상을 버무려 이 그림(사진)을 그렸다.

이 그림 속의 뜨거울 열(熱) 한자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눈 내린 앙상한 가지에 매달려 반 건조되어 '마지막 잎새'처럼 달린 까치밥 홍씨가 4개 달린 구도로 재창작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먹을 탈색시켜 눈비 맞아 얼기설기한 앙상한 가지로 보이는 열(熱)자이지만, 그 밑에 겨우 매달린 듯 붉은 홍씨를 그려 넣고 역설적으로 칼럼 제목을 ‘에너자이저 열’이라 붙인 것은 대반전의 희망을 노래하고 싶어서이다.

엄동설한이지만,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어야 서바이벌할 수 있고 또 허기진 까치 역시 날아다니다가 이 붉은 구조 신호를 보고서 연명 가능할 것이다.

말라 비틀어진 가지이더라도 끝까지 붙어 있고 또 그래야만 봄이 왔을 때 그 파이프라인을 타고 녹은 땅에서 올라온 수액을 받아 마시고 다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한 때 저자도 역시 인생 기생충 상황에서 모든 것을 상실하여 '번아웃(Burn-out) 상태에서 떨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제가 이 위기와 인생 엄동설한 기근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까? 살아남아서 주님을 영원토록 증거하게 해주세요….”

기도를 마친 그때, 푸른 하늘 배경으로 붉은 단감을 매단 감나무 그림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누구라도 절망적 상황에서라도 손모아 기도하여 영적(靈的) 체온을 유지하며 천시(天時)에 맞춰 기도하는 맘으로 서로 구원의 손을 잡아줘야 상생불사 가능하다는 것을 나처럼 체감했으면 한다.

이 그림을 마음이 우울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선물한다.

이 그림은 주님께 기도를 통해 나와 우리 가족을 회생시킨 것을 기념해 그린 것이다.

얍복강가의 야곱처럼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나 영·육 일생, 환경의 3중적 축복을 받았으면 한다.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또 좋은 열매 맺는 못된 나무가 없느니라.”(누가복음 6장 4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