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전공의 전원 사직한다…“20일부터 근무중단”

입력 2024-02-16 05:33 수정 2024-02-16 07:35
2020년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나섰던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빅5’로 꼽히는 수도권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집단 반발해 전원 사직서를 내기로 하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대전협과 이들 병원 대표들은 전일 오후 11시부터 이날 오전 2시까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긴급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은 해당 병원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추후 전공의가 근무하는 전체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사직서 제출 참여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2020년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가운을 벗어 팔에 걸친 채 시위하고 있다. 뉴시스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응급 당직의 핵심을 맡는 만큼 이들이 집단으로 의료 현장을 떠나면 ‘의료 공백’이 커지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극심할 것으로 우려된다.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행동 때도 의료 현장의 혼란이 극심했다. 전공의 80% 이상이 의료현장을 이탈해 정부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빅5’로 불리는 5대 대형병원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은 37%에 달한다. 이들 병원에 이어 전국의 다른 병원 전공의들도 집단 사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원광대병원은 전날 22개 과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음 달 15일까지 수련한 뒤 16일부터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의사면허 취소까지 고려” 엄정대응 방침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면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과 대립도 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할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까지 고려하겠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각 수련병원에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를 명령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에는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내려진 만큼 각 수련병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전공의들이 정부가 ‘불법’이라고 밝혔는데도 집단사직서 제출을 감행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 없이 집단행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복지부는 이미 전공의 등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집단행동을 하면 즉시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무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전공의 개개인에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집단행동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휴학(집단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하기로 했다.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이미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발해 동맹휴학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의대협은 전국 의대생들이 동시에 휴학계를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협은 전날 전국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오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의대 증원을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투쟁 방안과 향후 로드맵을 논의해 결정한다. 전 회원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