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희 목사/신학박사 행복한교회 담임, 17개광역시도악법대응본부 사무총장
요즘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간의 충돌 문제가 핫 이슈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축구는 전 국민의 관심거리이다. 축구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님에도 먹고사는 것 못지않게 국민을 살맛 나게도 하고 풀 죽게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3시에도 밤잠을 포기하고 응원했고 정치계에서 실망한 마음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서 위로받기도 했다.
그토록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하는 선수들인데 그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니 민심이 요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장의 권위가 실추되고 젊은 선수들이 대선배에게 덤비는 하극상을 일으키다니, 잘못되어도 많이 잘못되었다. 어느 사회에서도 10년 선배이면 잘잘못을 떠나 숙이고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게다가 손흥민 주장은 전 세계에서 실력과 인품을 인정받는 대스타이다. 감독이 제대로 된 역할을 보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주장의 마음은 타들어가 긴장도 심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후배들이 주장의 마음을 헤아려 주며 대동단결하는 자세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배와 후배 선수 사이에 멱살잡이와 주먹다짐을 했다는 보도가 대한축구협회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고 주장과 선배 그룹이 이런 후배와는 같이 뛰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소식도 돌고 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서 SNS를 중심으로 국민들도 흥분하고 있다. 해당 선수는 예전부터 인격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들과 함께, 근본이 안 되는 선수를 영구 제명하라는 볼멘소리들도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글에 달린 댓글들도 대부분 같은 마음으로 화풀이를 하고 있다. 모두 이유 있는 반응이며 그런 비난을 나무랄 수 없는 정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 국민 화풀이 소동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해결해야지 이대로 계속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벌어진 일은 크게 아쉽고 무례한 젊은이들은 괘씸하지만,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축구는 공으로 하는 단체 경기이며 매우 거친 스포츠이다. 이런 거친 게임을 하는 선수들에게는 ‘승부 근성’이 필요하다. 축구 선수에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성격이 필요하다.
스타 선수에게 뛰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외모도 훤칠하고 예절까지 깔끔하면 그야말로 ‘국민 아들’이 될 것이다. 그런 선수를 지켜보는 국민은 모두 만족하고 자랑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빚어내지 않고서야 어떤 부분이든 결점은 있게 마련이다. 운동선수가 성직자도 아닌데 우발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전부 제명한다면 남는 것이 있겠는가? 다시 말하지만 거친 스포츠를 하는 선수는 누구나 자기가 제일 잘났고 누구에게도 지고 싶은 선수가 하나도 없다. 다만 이런 사람들을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그토록 승부 근성이 넘치는 선수들을 카리스마로 이끄는 것이 바로 좋은 리더십이다. 이번 사건의 진짜 문제는 선수 개인의 자질보다는 리더십 부재가 아닐까 싶다.
22년 전에는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아시안컵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겨우 4강에 올랐다. 어느 쪽이 진짜 우리 실력인가?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질문은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왜냐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이 되면 어떻게 경기를 운영하는가 하는 것과 그날의 컨디션을 어떻게 조절하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거의 예술처럼 움직이는 현대 축구에서는 개개인의 몸 상태와 마음 상태, 서로를 믿어주고 아껴주는 팀의 상태, 그래서 동료 선수를 보지 않고서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기민함이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날 경기에서 어떤 해설가는 ‘전날 서로 싸웠나’라고 혼잣말을 한 것처럼 어이없는 패스 실수가 그렇게 많이 나온 것은 이유 있는 결과였다.
자, 이제 사건은 터졌고 과거 일이 되었다. 이런 해프닝이 한 번 있었다고 해서 대한민국 축구가 추락하라는 법은 없다. 비 온 뒤에는 오히려 땅이 굳는 법이다. 가슴에 응어리진 말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사과를 받아들이면 더 끈끈한 관계가 될 수 있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으니 고쳐서 다시 시작하자. 완벽한 리더십은 없지만 좋은 리더십은 있을 테니 그런 리더십을 세워서 다시 뭉치자. 그것이 우리가 사는 방법이다. 그것이 어른의 세계이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