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의 1억원 출산장려금 지급과 세 부담 경감 요청을 계기로 정부가 기업의 저출산 지원 관련 세제 불합리성 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조세 전문가들은 출산장려금을 포괄적 의미의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는 식으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출산장려금을 소득이 아닌 기부로 보고 세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5일 “출산장려금 세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파격 지원에 나선 기업이 과도한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70여명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난 5일 지급하면서 근로자의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근로자가 부담할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부영그룹이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으로 지급하면 근로자는 소득이 늘어나 세 부담이 커진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원인 근로자가 출산장려금 1억원을 받으면 38%의 소득세율이 적용돼 세금만 4180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증여 방식이면 증여세 1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증여를 택했을 때 문제는 기업의 부담이다. 근로소득으로 지원할 경우 기업은 출산장려금 1억원을 비용처리할 수 있다. 이 경우 지급 1인당 2640만원의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그러나 증여 시에는 법인세 감면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그동안 출산장려금을 지급해 온 기업들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수백만원 수준이어서 근로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 부영그룹 지원액은 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이다 보니 15~24% 세율 구간에 있던 근로 소득이 38% 세율 구간으로 뛰어오르는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출산장려금에 어떤 과세가 적절한지를 놓고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근로 계약을 전제로 발생한 소득인 만큼 포괄적 의미의 근로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대신 출산장려금의 공익적 목적을 고려해 세 부담을 덜어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는 “근로소득으로 보되 100% 비과세 혜택을 줘야 한다”며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관련 규정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세를 부과하되 세액을 증여세와 비슷한 수준에 맞추자는 의견도 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출산장려금의 기능은 인정하지만 완전 면세는 과하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특례제한법에 기업이 자녀에게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한 금액에 대해 소득세를 50% 감면하는 내용이 들어가면 된다”면서 “증여와 유사한 수준의 세액이 부과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출산이 근로와 직접 관련되지 않는 만큼 출산장려금을 소득이 아닌 증여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대신 “출산장려금 지원을 장려하도록 (출산장려금에 대한) 기부금 면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기재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다. 기업마다 출산 관련 복리 후생 제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각 기업의 저출산 지원책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제도 개편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