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콕 집은 K-방산株, 조용히 오르는 비결은

입력 2024-02-15 18:20

최근 ‘밸류업’ 수혜주 등을 중심으로 들썩인 국내 증시에서 우주항공·방산 분야 종목이 조용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에 세계 곳곳에서 군비 확장 경쟁이 치열해진 여파다. 정부가 우주항공을 국가전략기술 핵심분야로 지목하면서 정책 수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15만5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7만~8만원대였던 주가가 1년 새 80% 이상 급증했다. LIG넥스원도 같은 기간 62% 상승했다. 국내 유일 방산주 상장지수펀드(ETF)인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 수익률은 지난해 1월 상장 이후 현재까지 30%를 웃돈다.

국내 방산주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콕 찍은 유망투자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한국은 세계 최대 무기 공급국 가운데 하나”라면서 “글로벌 군수 시장에서 한국 방산주가 차지하는 강력한 입지를 감안할 때 지정학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항공우주(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을 기대 종목으로 꼽았다.


실적 개선도 투자 심리를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9조3660억원으로 전년(6조5396억원) 대비 43.2%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86% 상승한 7017억원으로 집계됐다. KAI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37%, 74.8% 늘어난 3조8193억원, 2475억원을 기록했다.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각국이 지출한 국방비가 2조2000억 달러(약 2930조원)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로는 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국의 국방비가 29년 연속 늘며 아시아 지역의 43%를 차지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방산주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오는 5월 우주항공청을 출범하고 2032년 차세대발사체 개발, 달 착륙선 개발 등 우주탐사에 속도를 낸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장세 수급에선 소외됐지만, 1월 말~2월 초 ‘정부 정책 쏠림’이 나타난 분야는 바로 우주항공”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