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부터 한국 축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351일 만에 ‘경질 위기’와 마주하게 됐다. 계약기간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까지였지만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날 처지가 됐다. 한국 축구는 결코 달갑지 않은 ‘국가대표 외국인 감독 잔혹사’를 되풀이 하게 됐다.
15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전임감독제가 실시된 1991년 이후 18명의 사령탑이 대표팀을 거쳤고, 그 중 절반(9명)은 외국인 감독이었다. 국민적 관심을 받는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 여겨져 왔다. 대부분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경질되거나 중도 사퇴하는 수순을 밟곤 했다.
94년 7월 부임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은 1996 애틀랜타올림픽 8강 진출 실패로 현지에서 해고됐다. 2003년 취임한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이듬해 예정됐던 아시안컵 준비 과정에서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났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한국의 2006 독일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지만 리더십 부재 등 비판에 휩싸여 1년 2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이후에도 잔혹사는 계속 됐다. 05년 10월 대표팀을 맡은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보장된 임기를 채웠지만 독일월드컵 16강행 실패 이후 한국을 떠났다. 07년에는 선수 차출 문제로 K리그 구단들과 대립했던 고(故) 핌 베어백 감독이 1년여 만에 사퇴했다.
성공한 외인 사령탑이 아예 없진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쓰고 국민적 영웅이 됐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행을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은 4년 4개월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역대 최장수 사령탑으로 이름을 남겼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